‘이승만 복원’은 역사 정상화 출발점[포럼]

2024. 2.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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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화 '건국전쟁'을 처음 기획하던 때의 일이다.

'이승만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친척들이 달려왔다.

그래서 이승만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일보다 이승만이란 존재를 지우고 없애야 했던 우리 시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영화 속에서 1995년 북한을 방문한 한 목사는 평양 거리 한복판에서 '이승만 괴뢰도당 타도하자'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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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영화 ‘건국전쟁’ 감독

2021년 영화 ‘건국전쟁’을 처음 기획하던 때의 일이다. ‘이승만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친척들이 달려왔다. “집안 망하는 꼴 보려고 하나?” 등 볼멘소리들이 쏟아졌다. 상황을 간신히 수습하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이승만이란 이름은 우리 사회에 금기어 같은 것이었다. 하물며 그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영화 제작이 시작됐다. 물론, 제작비 마련도 쉽지 않았다. 1960년 4·19로 이승만 정권이 끝난 뒤부터 얼마 전까지 ‘이승만을 죽여야’ 했던 시대가 분명 있었다. 그래서 이승만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일보다 이승만이란 존재를 지우고 없애야 했던 우리 시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분명한 사실은, 모든 사건 뒤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3년 반 동안, 이승만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전이 일어났다. 그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무지였고 통렬한 반성이었다. 분명 이승만에 관한 사실을 왜곡시킨 이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 뿌리는 북한에 있었다.

영화 속에서 1995년 북한을 방문한 한 목사는 평양 거리 한복판에서 ‘이승만 괴뢰도당 타도하자’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아직도 북한은 ‘이승만 타도’ 깃발 아래 통일전술을 편다는 뜻이다. 슬픈 것은, 이런 북한의 주장에 여과 없이 동조한 역사학자들이 권력과 손잡았다는 점이다. 권력화한 거짓 이론은 사회를 온통 거짓 공화국으로 몰아갔다. 그들이 퍼붓는 비난과 왜곡의 화살이 집중된 곳도 이승만이란 과녁이었다.

사실만이 진실로 가는 길을 인도한다. 이승만의 복원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넘어 진정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이승만에 대한 저주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복원이다.

영화 ‘건국전쟁’에서 비중 있는 발언을 했던 그레그 브레진스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한국인을 위해 뼈 있는 충고를 한마디 했다. 그는 한국이 더욱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대한 철저한 원전 조사와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처럼 여전히 이데올로기 대립이 치열한 사회에서 진정한 해결책은 오로지 ‘사실’로 복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서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라는 주문이다.

‘한강다리를 끊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대통령, 런승만’ ‘한강다리 폭파로 800명이 숨지게 한 죄인’ ‘친일파 이승만 정권’ ‘미국의 꼭두각시 이승만’, 심지어 ‘하와이 갱단 두목’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사실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없는 온갖 거짓말이 난무했다. 영화는 바로 이런 거짓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힌다.

그렇게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개봉하게 됐다. 누구나, 어디에 있든 쉽게 영화관에 가서 진실이 담긴 영화를 볼 수 있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키에 맞는 새 옷을 입어야 하듯, 국가나 사회도 발전할수록 새로운 가치로 변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사회공동체의 진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영화 ‘건국전쟁’이 그 작은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김덕영 영화 ‘건국전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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