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불어온 테크주 훈풍… 고꾸라졌던 네카오, 반등 나섰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터넷 서비스 업종이 호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네이버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네카오(NAVER·카카오)에 훈풍이 분다.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네카오의 성장성은 훼손되지 않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일 오전 11시32분 기준 증시에서 네이버는 전 거래일 대비 1만1000원(5.43%) 오른 21만3500원에 거래 중이다. 카카오도 3200원(6.07%) 오른 5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지주사·자동차·은행 등 저평가 가치주에 투심이 몰린 탓에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성장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찬밥 신세를 받았다. 보름 간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메타와 아마존이 깜짝실적을 발표했고, 네이버도 연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자 투심이 개선되는 모양새다. 1일(현지시간) 메타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급증한 40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도 5.33달러로 시장 전망치 4.96달러를 상회했다. 같은 기간 아마존 매출은 14% 증가한 1700억달러를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80% 웃도는 1달러였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는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연매출 9조6706억원, 영업이익 1조4888억원을 달성했다. 커머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66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네이버가 인수한 미국 온라인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의 편입 효과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성장한 결과다. 콘텐츠도 웹툰과 카메라 필터 앱인 스노우AI 효과로 6.6% 증가한 4663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들어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네이버는 AI를, 카카오는 경영 쇄신을 통해 주가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네이버의 경우 당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독보적인 AI 플랫폼 사업자 지위를 지키고 있어 경제적 해자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네이버 AI의 수익화와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국내 후발 AI 주자는 투자를 포기하거나 줄이는 상황에서 AI 플랫폼 회사는 네이버만 남았다. 보안 이슈 등으로 인해 글로벌이 아닌 국내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사업비만 700조원에 달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1300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세계를 구현해 정책을 입안하거나 제품을 만들기 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 현실 세계 최종 의사결정을 돕는 기술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발판 삼아 중동에 AI, 클라우드, 로봇 등 다양한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에 임원 간 갈등으로 지난해 내외로 풍파를 겪은 카카오는 경영 쇄신에 성공한다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김범수 위원장은 최근 사내 임직원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에서 카카오가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말하며 경영 쇄신을 강조했다"며 "올해 카카오는 외형 확장보다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며 내실 다지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에만 영업손실이 2500억원에 달하던 뉴 이니셔티브 사업의 적자 폭도 15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광고 업황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AI 기반 혈당 관리 앱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증권사들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32만원으로 상향했다. △삼성증권 27만원 → 30만원 △하이투자증권 27만원 → 28만원 등도 목표주가를 올렸다. 카카오는 △KB증권 6만5000원 → 6만8000원 △SK증권 6만5000원 → 7만5000원 등이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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