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민주 첫 경선 SC 흑인들 "우리 가족·이웃 100% 바이든 지지"
대부분 흑인 표심 이탈 가능성에 고개 저어…일부는 공감 표하기도
(컬럼비아<사우스캐롤라이나>=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첫 공식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의 분위기가 조금씩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1이 1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인 컬럼비아 인근 공항에 내려 도심으로 이동할 땐 경선을 앞두고 으레 있을 법한 각당 후보의 팻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좀처럼 선거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찾은 리치랜드 카운티 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민주당 프라이머리 투표를 위해 찾아온 유권자들이 투표소 밖 10m가량 줄을 잇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1이 취재를 위해 현장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표를 행사하려고 투표소를 찾은 민주당 유권자들이 계속 몰려 왔다.
리치랜드 카운티의 유권자 등록 책임자인 트래비스 알렉산더는 "우리 카운티는 약 29만명의 유권자를 갖고 있다"며 "주에서 3번째 정도로 많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곳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대부분이 흑인 유권자들이었다. 10명 중 9명 꼴이었다. 특히 60~70대의 고령 유권자들이 다수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리치랜드 카운티의 인구 구성은 흑인이 47.1%로 가장 많고, 백인(40.2%), 히스패닉(5.6%), 아시안(2.9%)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초반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등 대세론에 타격을 받았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승을 거두며 1위를 차지해 반전 계기를 만든 바 있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 유권자의 64%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백인 유권자 중 33%만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몰표' 수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 지지도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11~12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만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는 2021년 7월 조사 때의 86%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들어 흑인 표심 결집으로 반전 드라마의 서막을 알렸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첫 선거운동 행사의 하나를 지난달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개최했고, 같은 달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민주당 주최 모금 만찬에선 흑인 표심을 겨냥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분이 내가 대통령인 이유"라고 말했다.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민주당 유권자의 거의 대부분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에 있어선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강한 거부감이 깔려 있었다.
58세 흑인 여성 산드라 스미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기 위해 왔다. 그 밖의 우리 선택지들이 끔찍하기 때문"이라며 "저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자신만을 돌보는 사람이다. 트럼프를 다시 공직에 복귀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70세라고 밝힌 포그 데일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훌륭한 지도자인 반면 트럼프는 안정감을 주지 않고, 진실하지 않다. 그는 좋은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매우 근소한 격차겠지만, (본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72세의 흑인 남성 존 심스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길 것이다. 그는 균형감이 있고, 그의 리더십과 그가 이 나라를 위해 한 일들에 대해 찬성한다"며 "트럼프는 대통령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어냈고, 현재 기소돼서 후보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앤드류 길리언은 "바이든 대통령을 온전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트럼프는 광기에 가득찬 사람이다. 저는 트럼프의 광기를 혐오한다"면서 "(본선에서) 우리의 선택은 결국 2명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 바이든 대통령을 뽑는 것이 우리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남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70대의 백인 여성도 민주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한 뒤 "하지만 우리는 단지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 대한 지지가 현격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에 고개를 저었지만, 일부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65세의 흑인 여성 셀리는 "저는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100% 지지하고, 우리 이웃들도 그렇다"고 말했고, 데일리도 "전혀 아니다. 그것은 모르는 소리다. 여기에서 공화당의 흑인 비율은 매우 적다. 대부분의 흑인들은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길리언은 "흑인 유권자들 표를 바이든 대통령이 잃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물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고, 70대의 백인 여성도 "왜 그런지 이유를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런 기류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50대 여성 스미스도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하면서 흑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투표를 갖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에게 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권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길리언은 "많은 사람들이 바이든이 너무 늙었다고 말한다"고 했고, 60대로 보이는 시메스트 브렁크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저는 많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가 많은 것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데일리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겐 많은 경험과 주변에 훌륭한 팀이 있다. 그는 공화당과도 함께 일할 수 있다. 그는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본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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