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대 변수 무색 '전북 슈퍼 선거구' … '35% 전쟁' 갈수록 후끈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을 선거구는 '35%의 전쟁'이다.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슈퍼 선거구'인 전주을의 유권자 수(16만2000명)에 통상적인 투표율(65%)를 적용하면 22대 총선에서 10만5000명 가량이 투표장에 가게 된다. 이의 35%인 3만7000명을 누가 먼저 잡느냐의 싸움이라는 뜻이다.
여야 후보가 양자대결로 세게 붙었던 20대 총선의 경우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4만800표를 얻어 당선됐는데, 이때 득표율은 37.5%였다.
22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여야 정당 외에 현역인 강성희 의원의 진보당 등 3당이 치열하게 격돌할 전망이다. '삼국지 혈투'에서는 30% 득표율로 장담하기 어렵고 최소한 35%는 얻어야 여의도행 금배지를 달 수 있다는 말이다.
답은 35%로 정해져 있지만 난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고차함수에 해당한다. 민주당 양지 텃밭인 전북은 10개 선거구 중에서 대부분 민주당 경선 승리자가 최종 트로피를 거머쥐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북을 넘어 '호남정치 1번지'라 할 전주시을 선거구는 예외이다. 오히려 민주당 경선 고지를 장악한 이후 국민의힘과 진보당의 막강 후보와 한 차례 선혈이 낭자한 싸움을 펼쳐야 하는 중층구조이다. 혹자는 이런 싸움을 '전주을 잔혹사'로 표현했다.
잔혹한 역사는 반복된다. 22대 총선의 1차 관문인 민주당 경선에는 최소 8명의 예비후보가 다툴 전망이다.
전주을은 현재 민주당이 '전략선거구'로 분류해 놓고 있다. 22대 총선 승리와 당의 방향성에 맞는 후보를 통해 전략적으로 써먹을 카드라는 뜻이다.
잔혹한 역사의 반복, 변수도 안 통해
하지만 민주당은 머리가 아프다. 텃밭 중에서도 양지에 속하는 전주을에 중앙당이 내리꽂는 전략공천을 하자니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현역 물갈이라는 정치적 명분도 없어 전략공천의 이득은 크지 않다.
되레 전주에 살며 당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려온 다른 예비후보들의 반발과 분열이 현실화될 경우 본선 경쟁력이 떨어져 총선을 망칠 수 있다. 최근에는 경선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론이 힘을 받고 있지만 선거판의 정치는 방망이를 두드려야 결정되는 법,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통상 선거의 3대 변수는 ‘구도-바람-인물’이라고 한다. 전주을은 전략선거구로 남아 있어 예비후보들이 구도를 짤 수 없는 상태다. 경선 바람일지, 전략 태풍일지 가늠조차 힘드니 바람도 기대할 수 없다. 하나 남은 변수는 인물인데, 이 또한 예측불허이다.
민주 공천 끝나면 지옥의 본선
그래서 예비후보들은 '막고품기식'의 여론전에 호소한다. 민주당 전주을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좁혀 실시한 지지도나 적합도 여론조사는 아직 나와있지 않아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라는 푸념도 들린다.
지난해 4.5 재보궐선거에서 39%의 득표율로 금배지를 달았던 강성희 의원은 진보당 대출금리 인하운동본부 본부장과 진보당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 등을 거친 강직한 인물로 진보세력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축하 행사장에서 국정운영 기조에 항의하다 강제 퇴장당하는 바람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누가 뭐라 해도 여권 내 호남의 맹주이다. 2007년 11월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다 이듬해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자리에 앉았지만 구제역 파문에 7개월 단명했다.
2010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활동을 계기로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2012년) 등 여권 안에서 화려한 정치 커리어를 쌓아갔다. 민주당 텃밭에서 '쌍발통론'과 새로운 새벽을 울리는 '꼬끼오!' 정치로 고군분투하며 민심을 얻어 20대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를 꿰찬 바 있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강성희 의원과 정운천 의원의 득표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각자 15%에서 25%까지 고정적인 지지표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78%나 대거 칼질하면서 급랭했던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조금씩 온기로 뒤바뀌고 있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는 계산법이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이들 2명의 강자와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35% 선점'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선 탈락 후보들을 껴안을 리더십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진정성 있는 후보가 승리할 것
1인 공천을 하거나 경선을 치르거나 탈락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한 까닭이다. 그래서 공천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품 넓은 인물과 핀셋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선 후보군에서 유능하고 리더십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선보다 더 중요한 본선, 본선을 위해 더 중요해진 경선, 이렇게 물고 물리는 슈퍼 선거구가 바로 전주을이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주을 선거는 전국적인 관심과 이슈를 가진 고차원 함수라는 점에서 최종 승자에 주어지는 정치적 무게도 다를 수 있다"며 "여야 3당, 혹은 신당까지 가세할 경우 4당 각축전에서 종전의 구도와 바람은 먹히지 않고 유일하게 진정성만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누가 전주을을 거머쥘 것인가? 민주당 경선과 공천, 4자 대결의 본선에 벌써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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