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
▶남겨진 것들의 기록(김새별·전애원 지음, 청림출판)=부패한 시신, 들끓는 구더기, 심한 악취. 고독사 현장에서 목격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그 누구도 마지막 순간을 이처럼 맞이하고 싶진 않았을 테다. 슬픈 고독사 현장의 이면엔 대부분 쓸쓸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 있다.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은 고인이 남긴 유품으로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더듬어본다. 강박장애로 집 안에 물건을 쌓고 살아온 중년 여성, 멋진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끝내 세상을 등진 청년, 이혼 후 두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하고 대문 앞을 지키던 치매 노인 등은 작별 인사 한 마디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두 저자는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출간한 이후 7년여 간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저자들은 우리 이웃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자신을 어려운 환경과 고립으로 몰아넣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신을 지켜내는 7계명’을 알려준다.
▶다시 만난 사랑(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이세진 옮김, 청미)=3년 전 남편을 잃고 혼자 시골집에서 사는 73세의 노인 모니크. 흐려지던 그의 눈빛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고, 무채색이었던 삶이 다시 천연색을 되찾아간다. 50여년 전에 헤어졌던 첫사랑인 그자비에와 연락이 닿으면서다. 하지만 엄마와 죽이 잘 맞았던 막내딸 베로니크는 생각이 다르다. 자식을 만날 때 빼고는 특별한 일이 없었던, 아빠의 잔향을 가슴에 품고 자신과 속내를 모두 얘기했던 엄마가 어느 날 사랑에 빠지고 아빠의 존재를 점차 지워나가자 자신과도 멀어진 것 같다. 남녀 관계에 개방적인 프랑스에서도 노년의 사랑은 자식들의 눈치, 사회적 체면 등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너무나 많다. 특히 엄마 모니크가 그자비에와 ‘종교적 결혼’까지 감행하자 베로니크는 폭발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사랑을 찾은 엄마를 응원해야 할까, 아니면 가족에게 소홀해진 엄마에게 화가 난 베로니크 편을 들어야 할까.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엄지혜 지음, 마음산책)=모두와 잘 지내려 전전긍긍하지 말고 ‘까다롭게’ 좋아해야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관계 맺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직장에 다니고, 독자를 만나고, 아이를 키우며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눈 작가가 비교적 선명한 기준을 갖고 만든 목록이다. 구체적인 일화와 함께 제시된 이 목록을 차례로 읽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그 근원에 자리한 진심은 무엇인지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책을 덮고 나면 극히 사려 깊고 투명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천천히 관계를 쌓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일지도.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태도의 말들’ 출간 이후 4년 만에 나온 작가의 신작 에세이.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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