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귤마저 40% 상승...체감물가는 여전히 高高

2024. 2. 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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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과일값 13년만에 ‘최대’
한은 “생활물가높아 일시상승가능”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원을 투입해 물가 누르기에 나서고 있음에도 신선과실 물가가 13년 만에 최대폭 상승하는 등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물가 불안이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성행했던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에 이어 올해는 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교묘한 가격 상승인 ‘스텔스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어 물가 상승폭 둔화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지난 8월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6개월 만에 2%대로 후퇴했다. 석유류가 1년 전보다 5% 하락한 데 이어 요금 동결이 이뤄진 전기·가스·수도(5.0%)와 공업제품(1.8%), 서비스(2.6%) 등의 상승폭이 축소된 데 따라 정부의 올 한 해 목표치인 2.6%에도 한발 다가서게 됐다.

다만, 물가 상승폭 둔화 추세에도 체감이 쉽지 않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라 3개월 연속 3%대를 나타냈다. 특히 신선 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라 전달(14.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농산물 역시 15.4% 올라 전달(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사과·배 등 16대 성수품 위주로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염과 이상저온 등의 영향을 받은 파(60.8%), 사과(56.8%), 토마토(51.9%), 배(41.2%) 등의 물가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작황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귤(39.8%) 역시 사과·배의 대체 수요가 몰리면서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신선과실(28.5%)은 2011년 1월(31.9%)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여기에 외식 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라 여전히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얼마나 낮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 ‘스킴플레이션’(가격과 용량을 유지하면서 제품·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정조준해 제품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레이더에 안 잡히는 스텔스기처럼 조용하게 물가가 오르는 ‘스텔스플레이션’이 서민 경제를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제품·서비스에 값을 매겨, 소비자물가나 생산자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가격을 끌어올리는 행태를 말한다. 식당이 무료로 제공하던 밑반찬이나 소스, 리필 등을 유료화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와중에 경기·유가 흐름 등 대외 변수가 물가 상승을 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지정학적 요인으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큰 데다 사과·배·감 등의 생산량이 동시에 30% 내외 줄어들면서 유례없이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물가 상승률이 3% 내외로 움직이다가 8월 이후에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향후 유가 불확실성과 높은 생활물가 영향으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점,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 다”고 밝혔다. 양영경·문혜현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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