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구하려면 ‘구조대’ 의무화해야”

2024. 2. 2. 11: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육가공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 뛰어든 소방관 2명이 주검이 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감귤 창고 화재에서 5년차 소방관이 순직한 지 두 달만의 일로, 소방 내부에서는 반복되는 소방관 순직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대원 구조대' 의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구조대원을 위해 미국에서 재난현장 표준작전 절차수립에 관한규정(SOP)을 도입했으나, RIC 규정을 '지휘관 재량에 맡긴다'라고 바꿔 가져와 문제라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방 내부, 반복되는 순직에 목소리 커
인력부족으로 지휘관 재량에만 맡겨
지휘관 승진에 현장경험 조건 언급
전문가 “소방관 양성교육 구조바꿔야”
2일 오전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청 직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육가공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 뛰어든 소방관 2명이 주검이 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감귤 창고 화재에서 5년차 소방관이 순직한 지 두 달만의 일로, 소방 내부에서는 반복되는 소방관 순직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대원 구조대’ 의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소방관과 구조대원 양성교육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소방청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문경시 신기제2일반산업단지의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문경소방서 119구급구조센터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순직했다.

이들은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뒤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 등 구조 대상이 있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내부로 진입했다가 불길의 확산되면서 오후 8시 24분쯤 고립됐다.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두 소방관 구조에 힘을 쏟았으나 역부족이었다.

▶구조대원 구하는 구조대 ‘RIC’...한국선 지휘관 재량에 맡겨=소방관 순직 사례는 매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5년간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24명이고, 부상자는 4658명이다. 현장에서 화마에 뛰어들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 중 매년 5명 가량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900명 이상이 다치고 있는 셈이다.

소방관 순직 사고가 발생할 때 매뉴얼 강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정부에서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소방 내부의 설명이다. 이에 소방 내부에서는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인명구조팀을 구조하는 ‘구조대원 구조대(Rapid Intervention Crew·RIC)’에 관한 규정을 ‘지휘관 재량’에만 맡기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구조대원을 위해 미국에서 재난현장 표준작전 절차수립에 관한규정(SOP)을 도입했으나, RIC 규정을 ‘지휘관 재량에 맡긴다’라고 바꿔 가져와 문제라는 것이다.

이병남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가 쓴 ‘화재 현장 소방관 구출을 위한 긴급대응팀 운영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 SOP·산업안전보건청 등 규정을 보면 유사시 구조대를 구조할 최소 2명의 RIC 대원이 있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존재한다. 다만 한국 SOP 규정집을 보면 구조대원이 위기 상황에 처할 경우 ‘지휘관 재량’에 맡긴다는 규정만 존재한다.

이창석 소방노조 사무총장은 “동료를 구할 수 있는 인명 구조팀에 대한 규정이 SOP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문제”라며 “구조대원을 구조하는 팀에 대한 규정을 넣으려고 추진하고 있지만,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현장 지휘관 역량으로만 지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결국 미국처럼 RIC를 운용하기에는 인원이 빠듯하다”며 “인력 구조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구조대원을 백업해 주는 RIC 요원을 상상하기 힘들다. 제도가 보완되고 인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지휘관의 ‘지휘 경험 부족’을 언급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한 소방노조 관계자는 “소방 내부에 내근직 우대 분위기가 존재하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현장 경험이 없는 지휘관이 무리하게 소방관을 진입시켜 순직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인명이 없다고 현장에서 판단되면 무리하게 진입을 시키면 안되는데, 경험 부족으로 무리하게 진입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 “소방 실물화재 교육 확대...구조 전문양성기관 설립”=전문가는 ‘소방관 양성교육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구조 훈련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 없다”며 “보통 특채를 해서 특수부대 출신을 뽑는데, 체력은 강하지만 소방 구조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 교수는 “전국에 소방학교가 8개 있는데, 실물화재에 대한 연습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실물 화재 훈련장을 조금 더 다양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텍사스 소방학교의 경우 실제 상황을 연출해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인명 구조가 필요 없었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순직한 데 대해 현장 지휘·대응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합동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장 지휘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포함해 반복되는 순직을 막을 방안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김용재·박지영 기자

brunch@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