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 산업단지 혁신 방정식 ‘유비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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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꾸라"고 했다.
공간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단 의미다.
이 마스터플랜은 산단을 넘어 지역혁신을 견인할 종합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옛 구로공단이 규제혁신과 민간투자를 통해 첨단 IT벤처기업 중심 서울디지털산단으로 전환에 성공했듯 노후 산단의 획기적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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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꾸라”고 했다. 공간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단 의미다. 인천에 대비되는 두 산업단지가 있다. 8000여개의 기업이 밀집해 있는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인천을 대표하는 산업집적지다. 하지만 노후화와 경쟁력 향상이란 오랜 숙제를 안고 있다.
40년 전 조성된 산단은 공장 일변도의 배치에 주차, 교통, 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남동산단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송도지식정보산단이 있다.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가득하다. 송도국제도시의 정주환경과 교통인프라, 문화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두 사례에서 오래된 산단의 페인포인트(Pain Points)와 열망포인트(Desire Points)가 동시에 확인된다. 경쟁력이 저하된 산단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 지도 말이다.
산단은 지난 60여년 경제성장의 거점이었다. 숱한 경제위기 때마다 재도약의 발판이었고 전환기마다 신 성장동력의 토대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산단 입지환경은 산업과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기반시설은 낡았으며, 생산기능 중심 공간구조로 인해 기업들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자양분이 고갈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전국에 남동산단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노후 산단이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산단 혁신작업에 나서는 이유다. ‘산단 혁신 종합대책’에 이어 지난해 8월 ‘산단 입지 킬러규제 혁파방안’이 발표됐다. 후속조치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산단 입주업종, 토지용도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산업집적법 개정안은 올 7월부터 시행된다. 노후산단 환경개선과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도 활발하다. 이런 노력이 강력한 실행력을 가진다면 산단의 변화도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를 일례로 보자. 인천본부는 지난해 말 인천시와 함께 ‘남동산단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첨단산업으로 재편,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재편, 생활인프라 재편 등 3가지 분야 청사진을 담았다.
또 미래 산단으로의 전환 공식을 ‘유비무환(有備無換)’으로 삼았다. 이는 ▷기업과 사람을 유인하는 매력이 있고(有) ▷디지털기술과 역량을 갖추고(備) ▷사고·위험·오염이 없으며(無)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換) 산단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공식이긴 하지만 변수를 확정해야 하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유비무환의 실행이 본격화한다.
이 마스터플랜은 산단을 넘어 지역혁신을 견인할 종합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지역의 모든 주체가 다 함께 산단 대전환에 동참해야 한다. 애초에 산단은 농경시대의 목초지와 같은 ‘산업공유지’ 개념으로 출발했다. 기업과 근로자, 지자체, 지원기관과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인 것이다.
올해로 우리나라에 산단이 생긴 지 60년이 된다. 인천의 부평, 남동산단도 내년이면 각각 60년, 40년을 맞이한다. 옛 구로공단이 규제혁신과 민간투자를 통해 첨단 IT벤처기업 중심 서울디지털산단으로 전환에 성공했듯 노후 산단의 획기적 전환이 절실하다. 산단의 신성장시대를 만들 유비무환이란 방정식을 푸느냐 마느냐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 다시 말해 산단은 공유지다.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박성길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장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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