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현장] 에미상 휩쓴 '성난 사람들'…이성진X스티븐 연 "겸허한 마음"(종합)

조은애 기자 2024. 2. 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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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nvision for the Television Academy, © Television Academy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성난 사람들' 이성진 감독, 배우 스티븐 연이 에미상 8관왕 이후 못다 한 소감을 전했다.

2일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감독 이성진)의 화상 간담회가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이 자리에는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그들의 일상마저 위태로워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앞서 지난 1월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작가상, 남녀주연상,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 등 8관왕의 기록을 세웠다.

먼저 이성진 감독은 "인정받는 건 기쁜일이다. 겸허한 마음도 든다. 이 작품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많은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감사함이 가장 크다"며 "'성난 사람들'이 전 세계 많은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캐릭터들 안에서 자기 자신의 일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 같다. 우린 뭔가 솔직하고 깊이 감춰진 각자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싶었다. 서로의 어두움을 상호 간에 바라보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나의 내면을 남에게서 볼 때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지 않나. 개인마다 느낀 점은 다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감사한 마음이다.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는 것, 이런 주제를 표현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작품을 통해 인류로서 깊은 유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 기분이 좋다. 과거의 제게로 돌아가면 '괜찮아, 마음 편히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성진 감독은 "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뭔가 창조하고 만드는 과정에 있다 보면 즐기는 법을 잃기도 한다. 전 운이 좋게도 가까운 친구들과 일할 수 있었다. 스티븐 연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제가 작업을 즐기지 못할 때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스티븐 연은 대니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가진 여러 모습의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 같다. 아주 특징적인 건 그가 몹시 무력하다는 거다. 통제력이 전혀 없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감정에 저도 공감했다. 저 역시 가장 불안하다고 느낄 때가 무력하다고 느낄 때다. 사실 배우로서 연기할 때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무력한 사람을 연기하지만 배우인 나는 통제력이 있다' 하고 연기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윙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대니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됐다. 저도 아예 녹아들어서 배우인 저조차 통제력을 잃고 모든 걸 내려놔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민자의 현실은 저도 겪었기 때문에 잘 안다. 우리 각자의 삶 속에 참고할 만한 인물이 많았다. 재밌는 건 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해보면 왜 이렇게 다 똑같은지, 그 자체가 흥미로웠다. 구체적인 개인들의 경험을 하나하나 모아 충실히 담아내되 결국 인간성을 부여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전했다.

특히 송강호와의 비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저와 이성진 감독의 영웅 같은 존재가 송강호다. 의도는 감사하지만 말도 안 되는 비교다. 솔직히 제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참 멀리 긴 길을 지나왔구나 싶긴 하다. 근데 기쁘게 생각하는 건 이 과정들을 통해 이전보다 나 자신이 누군지 더 알게 됐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품어줄 수 있게 됐다. 스스로에게 더 친절한 사람이 돼가는 걸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감사할뿐"이라고 털어놨다.

이성진 감독은 "우리가 원했던 건 솔직한 캐릭터들을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난폭운전으로 시작해서 서로의 어두움을 의식하고 유대를 느끼는 것, 그 시작점과 끝에 대해서는 확실했다. 그 과정은 최대한 진실되게 그리려 했다. 작품의 메시지는 보는 사람에 달린 것 같다. 그게 창작활동에서 제가 사랑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성난 사람들'로 함께한 넷플릭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 .넷플릭스팀에 한국계 미국인들이 계셨는데 처음부터 이 작품을 믿어주셨다. 이전엔 이해시키기 위해 과하게 설명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한인 교회 같은 것 말이다. 넷플릭스와 함께할 때는 때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고 때론 저보다 깊이 이해할 때도 있었다. '설명할 필요 없다, 한인 교회 그대로 보여달라'고 해주시곤 했다. 파트너로서 전폭적인 지지에 놀랐고 감사했다.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곳과 함께 했으면 이 작품이 이렇게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넷플릭스에세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작품 같이 하고 싶다"고 전했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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