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 더” 끈질김의 힘...불법 해상유 일당 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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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10시간 넘게 산 속에 숨어서 범행 발생지를 지켜봤던 것 같아요. 아무리 기다려도 범인이 현장에 나타나질 않길래 다같이 철수 준비를 했죠. 그런데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찜찜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딱 10분만 더 기다려보자 했는데 그 순간 탱크로리가 들어왔습니다."
이 형사와 은평서 강력1팀에게 '그 날'은 불법으로 해상유를 빼돌리는 범행 장면을 현장 포착해 수사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 중요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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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수면·10시간 잠복 수사”
“대부분 허탕, 범인 검거 생각만”
“그 날은 10시간 넘게 산 속에 숨어서 범행 발생지를 지켜봤던 것 같아요. 아무리 기다려도 범인이 현장에 나타나질 않길래 다같이 철수 준비를 했죠. 그런데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찜찜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딱 10분만 더 기다려보자 했는데 그 순간 탱크로리가 들어왔습니다.”
이연일 서울 은평경찰서 강력1팀 형사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경기도 파주시에서 잠복 수사를 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형사와 은평서 강력1팀에게 ‘그 날’은 불법으로 해상유를 빼돌리는 범행 장면을 현장 포착해 수사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 중요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저 뿐 아니라 저희 팀도 지금까지 한 번도 수사해본 적 없는 사건이었어요. 해상유는 정말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지난해 4월 초 은평서 강력1팀에 ‘생소한’ 첩보 하나가 들어왔다. 경기 평택 당진항에서 파주 불법 저장소로 해상유를 빼돌려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 중 은평구 거주자가 있다는 첩보였다. 이 형사는 “해상유 관련 수사는 은평서조차 처음 접해보는 낯선 분야였다”며 “관련 수사 경험이 없으니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이 형사와 강력1팀은 잠복 수사로 맨땅에 헤딩했다. 하루에 적게는 3~4시간, 많게는 10시간 이상 산 속에 들어가 범행 현장을 살폈다. 잠복 수사를 벌였던 장소도 인천과 경남 진주, 경기 평택, 파주 등으로 다양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은 잠복 수사는 인내심과의 싸움이었다. 이 형사는 “오랜 시간 잠복해도 허탕을 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범인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계속 긴장하면서 현장을 주시해야 돼서 피로도가 높았다”고 했다.
여기에 밤추위나 벌레와의 전쟁도 더해졌다. 특히 여름철엔 산모기에 물려 고생하는 날도 많았다.
또 잠과의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강력1팀은 해상유 불법 유통 수사를 맡기 전부터 마약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형사는 “두 사건 수사를 병행하느라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에 불과했다”며 “그러 범인을 검거할 생각만 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갖은 어려움에도 이 형사와 강력1팀의 끈질긴 수사로 결국 은평서는 지난해 12월 약 18억원 상당의 해상유를 불법으로 육상에 유통시킨 일당 36명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은평서는 절취책 선장 A씨와 운반책 탱크로리 기사 B씨, 보관책 불법저장소 운영자 C씨 등 3명을 구속해 올 1월 4일 검찰에 넘겼다. 같은 날 범행에 가담해 절취·운반·판매·장물 취득 등의 혐의를 받는 D씨 등 33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이 형사는 해당 사건을 수사하면서 업무의 동력을 많이 얻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 접해보는 사건이라 걱정과 부담도 컸지만 팀이 똘똘 뭉쳐서 인내를 갖고 수사한 결과로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며 “쉽지 않은 수사였던 만큼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초심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원동력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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