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 어린이대공원 울타리 10㎝ 낮아 탈출 가능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가 지난해 3월 23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울타리가 기준보다 10㎝ 낮게 설치돼 있었고, 목재 울타리가 노후화돼 내구성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가 실시한 서울시설공단 기관운영 종합감사 결과 어린이대공원은 동물 탈출을 방지할 충분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설공단은 어린이대공원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세로가 머물던 방사장 울타리는 도면상으로는 1.8m로 환경부매뉴얼을 충족한다. 그런데 2022년 환경부의 ‘동물원 보유 동물 서식환경 현황조사’에서 확인된 실제 울타리 높이는 1.7m로 기준보다 10㎝ 낮다.
초식동물마을 방사장은 관람객이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미관을 고려해 목재 울타리와 전기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초식동물이 울타리에 접촉했다가 전기 충격을 받으면 다시 접근하지 않는 특성을 이용해 탈출 방지 목적으로 전기 울타리가 설치됐다.
일부 맹수 방사장 울타리도 기준보다 낮게 설치된 곳이 있었다. 사자와 벵갈호랑이 방사장 울타리는 환경부 기준에 따르면 4.3m 이상으로 설치되어야 하지만, 어린이대공원에는 4.2m로 10㎝ 낮다. 도면상 높이는 4.5m였다.
목재 울타리는 2010년 설치돼 내구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 세로가 탈출했을 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세로는 1차로 방사장 우측 울타리의 세로살을 충동해 파손하고 2차로 방사장 우측 울타리를 월담한 후 3차로 관람 데크 울타리 전체를 부순 채 도주했다.
전기 울타리는 가동 중이었으나 흥분한 얼룩말에는 효과가 없었다. 세로가 2차로 울타리를 뛰어넘을 때에는 목재 울타리가 힘 없이 기울어지는 등 방사장 울타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동물 탈출에 대비한 시설·인력도 부족했다. 어린이대공원은 비슷한 시설인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탈출한 동물이 빠르게 공원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인근 광진구 구의동·능동 주택가로 동물이 탈출하면 인근 주민의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감사위 확인 결과 어린이대공원 출입구 10개 중 4곳에만 경비 인력과 차단 시설이 있었다. 나머지 6개 문에는 경비 인력과 차단 시설이 없었다. 또 어린이대공원 외곽 2814m의 경계선 중 어린이회관과의 경계와 물놀이장 외곽 등 900m는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고 수림대로 대신 경계를 삼았다.
철재 울타리 설치구간은 614m인데 이 중 2m 높이의 울타리가 설치된 구간은 210m에 불과했다. 목재 울타리 설치구간은 1300m였으나 모두 높이 1.2m 이하여서 대부분의 야생 동물이 뛰어넘을 수 있는 높이였다. 세로 탈출 당시 동물원 내에 동물 관리를 위해 설치된 CCTV는 70개지만 대부분 육식동물 위주로 운영 중이었고 초식동물 방사장에는 단 1대의 CCTV만 있었다.
맹수나 중대형 초식동물은 세로처럼 이동 속도가 매우 빨라 일단 탈출하면 순식간에 공원 외곽이나 인근 주택가로 도주할 수 있다. 관람객이 대피할 만한 건물이 없는 곳에서 탈출 동물과 만나거나 공원 외부 주택가에서 주민이 동물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안전수칙에는 공원 외곽 등 취약 지역에 대한 관람객 대피 유도 방안과 공원 인근 주민에게 동물탈출 사실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재난문자 송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매뉴얼이 미흡했다.
감사위는 어린이대공원 울타리를 개선하고 동물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했다. 또 동물 탈출에 대비한 모의 훈련 대상을 확대하고, 인근 거주 시민을 포함한 동물 탈출 안전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어린이대공원은 세로 탈출 사고 이후 초식동물마을 내실 CCTV 설치, 임시울타리 설치, 관람데크와 철재 난간 교체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맹수 탈출에 대비하는 훈련을 할 때 주변 주택가로 도주한 경우를 가정한 훈련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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