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 양도’ SPC 허영인, 1심 무죄… “배임 고의 없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샤니‧파리크라상 등 계열사 소유 주식을 삼립에 낮은 가격에 양도하도록 지시한 혐의(배임)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증여세를 회피하려거나 배임을 저지를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는 2일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 회장은 2012년 12월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나 직전 연도 평가액보다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판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허 회장이 그해 1월 도입된 계열사 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고 봤다. 밀다원의 향후 매출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미래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낮은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거래로 샤니에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에 121억6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반면 삼립에게는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이 됐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SPC가 밀다원 1주당 가치를 255원으로 평가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허 회장 등이 주식을 양도할 때 사용한 가치 평가 방법은 과거 3년간 순손익가치를 기초로 계산하는 가장 원칙적 평가 방법”이라며 “(밀다원의) 미래 가치 등을 평가‧추정하는 검사의 방식은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허 회장 등의 주식 양도는 단순히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열사 내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허 회장 등이 증여세를 면하는 결과는 SPC가 일감 몰아주는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분 구조를 정비한 결과 발생한 반사적 이익”이라며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주장한 적정 가격(1500원)에 밀다원 주식을 양도했을 경우, 오히려 허 회장 일가에게 수십억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이 있었을 것이라며 “범행을 저지를 경제적 유인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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