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 양도’ 허영인 SPC 회장, 1심 무죄

김민소 기자 2024. 2. 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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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의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허 회장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증여세 회피 목적과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둘 간에 관련이 없으므로 공소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 등은 총수 일가에게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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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매각→증여세 회피? 관련 無”
“주식 ‘저가’라는 판단 자체도 의문”
“’저가’는 허 회장에게 오히려 손해”
“배임 목적·유인 등 찾아볼 수 없다”

총수 일가의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형사부(재판장 최경서)는 2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모습./뉴스1

법원은 허 회장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증여세 회피 목적과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둘 간에 관련이 없으므로 공소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문제만 해소하면 될 뿐, 양도가액을 얼마로 정할지는 상호 간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증여세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은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지 저가 매수했기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저가 거래가 허 회장에게 경제적 유인도 없다”며 배임 의도도 성립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여세 검토 결과에 따르면 주식 저가 양도로 인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될 금액은 7억3000여만원 정도이지만,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과 샤니 주식을 전부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두 회사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 매도를 할 경우 오히려 허 회장은 손해를 입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삼립 주식은 일부만 갖고 있는 허 회장으로서는 ‘저가’로 지적된 255원보다, 오히려 검찰이 적정 가격으로 제시한 1595원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매도할 때 역설적으로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배임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저가로 지적한 ‘255원’ 역시 저가로 판명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밀다원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 미래 추정가치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봤지만, 법원은 반드시 미래 추정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이후 세무조사가 있었는데 당시에도 밀다원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미래 추정가치는 반영되지 않았고 국세청에서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한 바가 없다”고 했다.

허 회장 등은 총수 일가에게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1월 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로 인해 매년 8억원의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SPC 측이 적정가 산정 없이 ‘저가’로 주식을 매도를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지배 주주가 특수 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증여로 판단해 과세하는 제도다.

당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은 255원에 삼립에 넘겨졌다. 검찰은 해당 거래로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각 121억6000만원, 58억 1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7000만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 역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해 허 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 황재복 대표이사에게는 각각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항소를 예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저가에 양도한 밀다원 주당 가격이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점, 이사회 결의 없이 주식 양도가 결정된 점, 회장 일가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양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 판결은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에 오류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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