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늦던 직원, 53번이나 회사 자재 빼돌려 번 돈이 무려...

피해액 2억3000여만원 추정
법원 징역 1년6개월 선고
매입한 고철업자도 징역형

창원지방법원. /조선DB

수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재 34t을 몰래 빼돌려 판매한 4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6단독 김재윤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절취금 2억3120여만원을 배상신청인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A씨로부터 자재를 매수한 혐의(장물취득)로 기소된 고철 매매업자 B(56)씨에게는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경남 김해시에 있는 한 금속 제조업체에서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2022년 9월 30일 오후 10시 30분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418만원 상당의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 자재 490kg을 몰래 빼돌렸다. A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6월까지 모두 53차례에 걸쳐 총 2억3120만원 상당의 스테인리스 자재 약 34t을 빼돌려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회사 직원들이 퇴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아무도 없을 때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에는 회사 화물차를 이용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자재를 김해에서 고철업체를 운영하는 B씨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

B씨는 A씨가 가져온 물건이 장물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52차례에 걸쳐 스테인리스 자재 약 33t을 시가의 약 30% 수준인 7577만원에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절취한 물건이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크랩(고철)이라, 원판을 전제로 피해 금액을 2억3120여만원으로 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가 파는 물건을 정상적인 물건으로 알고 팔았기 때문에 장물 취득의 고의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A씨와 B씨의 진술, 거래내역 등을 토대로 피해품의 중량과 종류를 특정한 뒤 이를 종합해 피해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회사 운영자가 주장한 피해품 중량 중 극히 일부만 공소사실 피해품 중량으로 특정됐다”며 “방범카메라에 A씨가 트럭 적재함을 초과하는 자재 등을 가져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판도 절취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B씨의 주장에 대해 “A씨가 대부분 야간에 많은 수량의 스테인리스 자재를 판매한 점, 정상적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매매대금을 A씨 개인 계좌로 이체한 점 등을 종합하면 B씨의 장물취득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동종 범죄로 2차례 집행유예 처벌 전력이 있고, 또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지 한 달 만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해 책임이 무겁다”며 “회사 운영자와의 인적 신뢰관계를 배신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러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금액이 많은 데다 회복되지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B씨는 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