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친구라고 가르쳤는데…'장애’라는 이유로 불법 증거 인정”

김자아 기자 2024. 2. 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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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측 ‘몰래 녹음’ 증거로 인정한 재판부
특수교사노조 “재판부가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무게추 얹어”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뉴스1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수교사 단체는 “교육에 대한 의지를 상실했다”며 성명을 냈다. 특히 이번 판결로 장애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며 “개탄스럽다”고 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특수교사 유죄 판결은 대한민국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앞으로 누구도 특수교사, 나아가 교사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노조는 “장애학생 수업중 불법 녹음이 법적 증거로서 효력을 인정받고, 판결 과정에서 교사의 다섯 가지 발언 중 한 가지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다”며 “이 판결 이후 대한민국의 특수교육은 돌아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A씨는 전날(1일) 1심 선고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재판에서 주씨 측이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 보낸 녹음기로 녹취한 내용이 증거로 인정된 점에 대해서는 “특수교사로서 가장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장애’를 가진 학생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논리는 이시각 이후 우리나라에서 통합교육이 딛고 선 자리를 부숴 없앴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최근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한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으나, A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주씨 측의 녹음 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어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어렵다는 검찰 측 주장이 받아들여 진 것이다.

노조는 “특수교사가 장애 이해교육을 진행할 때 ‘특수학급 친구들도 너희와 똑같은 친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장애학생도 똑같은 학생으로서 존중하며 모든 교육활동에 배제하지 않고 한 명의 학생으로서 동등한 책무성을 갖고 교육하는 취지”라며 “그런데 아동에게 장애가 있으므로 (불법 녹취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는 논리는 장애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하는 시각”이라고 했다.

또한 “이 판결은 ‘장애니까 그런가보다’라고 쉽게 말해왔던 대중의 오판에 무게추를 얹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이어 “대중은 장애인은 폭력적이고, 성적으로 위험하며, 그것은 장애인이니까 어쩔 수 없고 바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해 왔다”며 “그러나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교육하고, 장애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육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특수교사가 교육활동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에서 발생한 일임을 참작하지 않고, 장애인이 배움으로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불법적인 자료로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일반인과는 다르고 예외적인 존재’로서 대중에게 인식되는 데에 한 몫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특수교사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교사들이 이 판결로 인해 교육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깊게 절망했다”며 “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것이며, 교사들은 이제 인생 선배로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어떠한 조언도 해주기 두려워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주씨는 1심 선고 공판 후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오늘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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