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빼고 전부 다…9명 경질·사퇴 중도 하차, KIA 감독 잔혹사 '독이 든 성배' 누가 또 들까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역대 최고 명장을 제외하곤 누구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의 감독 잔혹사가 재현됐지만 누가 또 독이 든 성배를 들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KIA는 지난달 29일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김종국 전 감독은 현직 프로야구 사령탑 최초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구속은 면했지만 향후 검찰이 보강 수사로 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어 불씨가 사라진 건 아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김 전 감독은 초유의 사태로 불명예 퇴진했다. 이번 사건이 드러나기 전에도 김 전 감독 입지는 위태위태했다. 2022년 계약 첫 해 5위로 가을야구 턱걸이에는 성공했지만 와일드카드 1경기로 끝났고, 지난해에는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년간 143승142패3무(승률.502)의 성적을 남기고 강제 하차했다.
KIA는 전신 해태 시절부터 총 10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갔다. 1982년 원년 고(故) 김동엽 초대 감독이 개막 13경기(5승8패 승률 .385) 만에 사실상 경질되면서 조창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해태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응용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1983년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김응용 감독은 2000년까지 무려 18년간 역대 최장수 사령탑으로 장기 집권했다. 해태 시절 통산 1151승922패49무(승률 .556)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9회의 대위업을 세웠다.
김응용 감독이 삼성의 러브콜을 받고 해태를 떠난 뒤 타이거즈는 ‘감독들의 무덤’이 됐다. 2001년 해태의 마지막 감독이자 KIA의 초대 감독이 된 김성한 감독은 4번째 시즌이었던 2004년 7월26일 시즌 중 경질됐다. 2005년까지 계약된 상태에서 물러났다. 3년 반 동안 257승212패18무(승률 .548)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2002~2003년 2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업셋을 당한 게 뼈아팠다.
감독대행을 거쳐 2005년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된 유남호 감독은 2년 계약을 했지만 1년도 못 채웠다. 2005년 7월25일 물러날 때 34승49패1무(승률.410)로 팀 순위가 8위 꼴찌였다. 공식 발표는 자진 사퇴였지만 사실상 경질이었고, 그해 KIA는 창단 이래 첫 꼴찌 수모를 겪었다.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은 서정환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2006년부터 팀을 이끌었다. 3년 계약을 체결했고, 첫 해에는 4위로 가을야구에 나갔지만 2007년 다시 8위 꼴찌로 추락하자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2년간 성적은 115승132패4무(승률 .466).
그 다음으로 KIA는 사실상 첫 외부인 감독으로 조범현 감독을 선임했다. 2007년 6월 시즌 중 배터리코치로 KIA에 왔지만 그 이전까지 선수, 코치로 타이거즈와 어떤 인연도 없었다. 2년 계약을 하고 맞이한 2008년 첫 해 6위에 그쳤지만 2009년 KIA 이름으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2010년 구단 역대 최다 16연패 충격 속에 5위로 가을야구 실패했고, 2011년 준플레이오프 패배 이후 경질 통보를 받았다. 4년간 267승255패4무(승률 .511)를 기록했다.
조범현 감독 경질과 함께 선동열 감독 선임이 발표됐다. 강력한 팬심을 등에 업고 프랜차이즈 스타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 지휘봉을 잡았다. 광주 팬들의 엄청난 환대 속에 취임했지만 3년간 5-8-8위로 3년 내리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감도 엄청났다. 2014년 시즌 후 예상을 깨고 2년 재계약이 이뤄지자 극심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선 감독은 재계약 6일 만에 자진 사퇴로 고향팀을 떠났다. 3년간 성적은 167승213패9무(승률 .439).
후임은 김기태 감독이었다. 해태 선수, 코치 출신은 아니지만 광주 태생으로 3년 계약에 고향팀 수장이 된 김기태 감독은 2015년 7위로 시작해 2016년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3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2018년 5위로 성적이 떨어졌고, 2019년 시즌 초반 팀이 최하위로 떨어지자 5월16일 자진 사퇴로 물러났다. 4년 반 동안 307승308패3무(승률 .499)의 성적을 남겼다.
2020년에는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 맷 윌리엄스 감독이 왔다. 파격 선임으로 쇄신를 노렸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2020년 첫 해에는 6위로 나름 선전했지만 2021년 9위로 떨어지며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했다. 3년 계약으로 임기가 1년 더 남은 상태에서 경질되고 말았다. 2년간 131승147패10무(승률 .471).
이어 타이거즈에서 25년간 선수, 코치로 몸담았던 원클럽맨 김종국 감독이 내부 승격됐다. 그러나 2년간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고, 뒷돈 혐의로 최악의 결말을 맺었다. 김응용 감독 이후 23년간 8명의 감독이 거쳐가면서 평균 재임 기간은 2.9년으로 3년을 넘지 못했다. 삼성으로 옮긴 김응용 감독을 뺀 나머지 9명의 타이거즈 감독들은 중도 하차했다. 7명이 경질, 2명이 사퇴로 떠났다.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 11회 우승에 빛나는 ‘KBO리그 명문 구단’ KIA는 전통의 강호로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팬들의 관심도가 워낙 높은데 일부 극성맞은 팬덤으로 인해 성적이 나지 않으면 감독이 그야말로 집중 포화를 맞는다. ‘독이 든 성배’이지만 성적을 내면 이보다 더 좋은 팀이 없다. 더군다나 올해는 LG, KT와 함께 3강으로 평가받을 만큼 팀 전력과 짜임새가 좋다.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기상 변수 속에 여러 감독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과연 누가 이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될지 야구계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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