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그래미어워드’ 미리보기…“여성아티스트의 대활약”

2024. 2. 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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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설날 연휴가 생각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욱 추워지는 날씨가 떠오를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작년에 못다 한 일들을 새로 계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공통으로 떠올리는 무언가가 있다. 매년 2월 즈음에 돌아오는 그것, 바로 ‘그래미어워드’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말해도 좋을 그 시상식 말이다.

올해로 그래미어워드는 66번째를 맞이했다. 그리고 한국 시각으로 오는 2월 5일 오전 10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그렇다.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곧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상식을 시청할 수 있다.

그래미어워드는 지난 11월 각 부문의 후보를 발표했다. 2022년 10월 1일에서 2023년 9월 30일 사이에 발매된 앨범, 음원 중에서 선정했다. 당연히(!) 여러 이야기가 뒤따랐다. 찬반과 설왕설래가 오갔다. 시상식을 앞두고 그중에서 대표적인 두 가지를 정리해 보려 한다.

방탄소년단이 2022년 제64회 그래미어워드에 참석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4년 2월에 열리는 66번째 그래미어워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아무래도 ‘여성’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의 대활약, 조금 과장하자면 여성 아티스트의 ‘지배’다. 개인적으로는 지배라는 단어를 써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올해 후보에는 여성 아티스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래미어워드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본상 부문이다. 그리고 본상 부문은 총 4개로 이루어져 있다.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 놀라운 것은 최우수 신인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본상 부문에서 후보로 오른 남성 아티스트는 존 바티스트 단 한 명  뿐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부문의 후보는 존 바티스트를 제외하면 모두 여성 아티스트로 채워져 있다. 이 3개 부문의 후보를 합하면 총 24명(팀)인데 존 바티스트가 차지한 3곳을 제외한다면 21곳이 모두 여성 아티스트라는 뜻이다. 이를 가리켜 여성 아티스트의 지배라고 표현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보이지니어스, 마일리사이러스, 빌리아일리시, 빅토리아모네, 올리비아로드리고, 테일러스위프트, SZA, 라나델레이, 쟈넬모네, 두아리파.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부문을 가득 채운 여성아티스트들의 이름이다. 이들이 작년에 발표한 앨범만 들어도 마음이 충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올해 그래미어워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케이팝’의 부진이다.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아쉬운 일이지만 마음을 다잡고 객관적으로 한 번 살펴보자. 방탄소년단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는 지민과 정국의 솔로활동을 비롯해 뉴진스,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등이 저마다 큰 활약을 펼친 한 해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어느 때보다도 기대가 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올해 그래미어워드에 케이팝은 한 분야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케이팝을 즐겨 들어온 사람이든, 케이팝을 통해 국위선양이 되길 바란 사람이든, 한국인이라면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갔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석이 있다. 이번 결과는 ‘결국 영미권의 평단과 산업 내부에서 인정하는 가치 있는 음악적 기준에 케이팝이 미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해는 하지 말자. 나는 지금 케이팝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그래미어워드에 관한 몇몇 속설이 존재해왔다. 힙합을 폄하하고 백인음악을 우대한다거나, 여성아티스트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등의 말들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몇 년 간의 그래미어워드를 보며 이런 속설이 깨져 왔음을 알 수 있다. 확실히, 그래미어워드는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은 그래미어워드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점을 증명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 간 변화해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원래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니까. 케이팝이 올해 한 부문에도 후보에 못 오른 사실 역시 이런 관점으로 조명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포크음악을 좋아하고, 테일러스위프트 같은 싱어송라이터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여 온 그래미어워드는, 그 반대지점을 대변하는 케이팝에 여전히 인색한 것은 아니냐고. 혹은 여전히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물론 그래미어워드는 몇몇 특정인물이 밀실에서 야합해서 후보를 정하는 시상식이 아니다. 1만 명 이상의 선정위원단이 있고, 다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시스템에 입각해 후보가 선정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집단에는 어떤 성향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정위원단 각 개인이 자기 가치관에만 입각해 투표를 했다 하더라도, 그 총합에서 읽어낼 수 있는 그 집단의 성향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케이팝은 그 성향과의 교집합이 여전히 적은 것이 아닐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래미어워드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미어워드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임은 맞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미어워드는 어떤 특정한 성향을 소유한 시상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올해의 결과를 너무 확대해석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케이팝의 현재를 헤아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올해 그래미어워드에서 케이팝 무대를 볼 일은 없겠지만 나는 여전히 올해 펼쳐질 케이팝 그룹들의 대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 김봉현 음악저널리스트/작가


힙합에 관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음악과 예술에 대해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제이팝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의 시학>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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