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윈즈 올’ 논란, 아이유를 탓하기 전에 [The 5]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아이유 신곡 ‘love wins all’(러브 윈즈 올)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 1월16일 신곡 포스터를 선공개할 당시 제목은 ‘love wins’(러브 윈즈)였는데요. 제목이 공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성소수자와 누리꾼들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문구와 같았기 때문이죠. 이성애를 다루는 곡의 제목을 ‘성소수자 지지 문구’로 썼어야 했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아이유의 자필 설명에도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자 아이유쪽은 사흘 만에 곡의 제목을 ‘러브 윈즈 올’로 바꿨습니다.
일단락될 것 같던 논란은 지난 24일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뮤비) 공개로 다시 불거졌습니다. 뮤비 속 연출된 연인의 모습이 ‘장애인 비하’란 평가가 나온 건데요. 이번 논란을 아이유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을 연구해 온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나 곡 제목이 문제가 있어 보이세요?
홍성수 교수: 차별을 네모로 표현한 것처럼 뮤비엔 은유적 장치들이 많은데요. 각각 청각·시각 장애인으로 묘사되는 아이유와 BTS 뷔를 캠코더로 찍자 둘은 장애 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바뀌어요. 해석의 여지는 다양할 수 있지만, 굳이 장애가 사랑으로 극복되는 모습을 이분법적으로 연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에요.
처음 러브 윈즈란 제목을 공개했을 때도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러브 윈즈가 성소수자 운동의 대표 문구인데, 그걸 알고 썼어도 문제고 몰랐다고 해도 문제인 거죠. 좀 더 신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지적을 받아들이고 제목에 올(all)이란 단어를 추가한 건,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해요.
[The 2] 아이유라서 논란이 더 커진 걸까요?
홍성수 교수: 아이유란 가수의 대중성도 영향이 있지만, 소수자의 차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것 같아요. 지금까진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억압 같은,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차별을 제재하는 수준이었거든요. 근데 장애인에 대한 우호적 차별(benevolent discrimination)까지 문제 삼는 수준으로 높아진 거죠.
보통 차별은 욕설이나 비하 발언을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하지만, 우호적 차별은 온건하고 우호적인 형태를 띠어요. 소수자를 약하고 불쌍한 존재로 보거나, ‘보호대상’으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적대적이진 아니지만 동등한 존재로 여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The 3] 반대로 비판이 과도하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너무 따진다는 목소리도 있어요.
홍성수 교수: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수자를 어떻게 인식할지 고민하고 토론해 보는 건 아주 긍정적인 것 같아요. 다만 비판적인 목소리가 아이유 개인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나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말아야겠죠.
그런 점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낸 만평과 성명은 인상적이었어요. “아이유를 비난하거나 책망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함께 만들며 “The real ‘Love wins all’”을 외치자고 제안하죠.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기보단 논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전장연의 의지가 엿보였어요.
[The 4] 소수자들이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늘어난 것도 같은데요.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요?
홍성수 교수: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아예 안 나오거나, 극단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장애인과 성소수자는 각각 전체 인구의 대략 10% 정도로 추정돼요. 통계에 잡히는 수치 외 인구까지 고려하면요. 10명 중 1명인 셈이죠. 주인공의 친구나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법도 한데, 그렇지 않죠.
캐릭터도 입체적이지 않아요. 장애인이 나오는 콘텐츠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비범한 능력을 가진 천재나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는 존재로 그려지죠. 현실에서 장애인의 모습은 훨씬 다양하거든요. 비장애인이 미디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비치듯이 장애인도 마찬가지여야죠. 장애인의 모습이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자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The 5] 소수자를 묘사하는 바람직한 방법, 무엇일까요?
홍성수 교수: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주인공인 남궁민의 동생이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으로 나오는데요. 극 중 한 명의 조연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예전 영화긴 하지만 ‘노팅힐’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휴 그랜트의 친한 친구 부부로 맥스와 벨라가 등장하는데요. 척추를 다친 장애인 벨라를 집에 초대해 식사하는 장면이나, 한 화면에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어색하지가 않아요. 그런 장면이 있었나 싶죠? 극적이거나 과도하게 그리지 않은 거죠.
성소수자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영되거나, 유튜브에 나오는 다양한 소수자의 모습을 보면 성소수자의 모습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 것 같고요. 웹툰 작가들이 작품을 그릴 때 조심해야 할 혐오표현을 만든 사례도 있는데요. 이런 사례가 늘어난다면 창작자들이 소수자를 올바른 모습으로 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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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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