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영전에…예비 소방관 “국민 지키는 후임이 될게요”

조윤영 기자 2024. 2.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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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수광(27) 소방장(특진 추서 전 소방교)과 박수훈(35) 소방교(특진 추서 전 소방사)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순직소방관추모관 누리집(www.nfa.go.kr/cherish/memorial/heroes)에 마련된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사이버추모관을 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130여 개의 추모글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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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35살 소방관 순직 애도
1월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고 김수광 소방장(왼쪽)와 고 박수훈 소방교(오른쪽)의 모습. 경북도소방본부는 유족과 협의해 고인들의 사진을 2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경북 문경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수광(27) 소방장(특진 추서 전 소방교)과 박수훈(35) 소방교(특진 추서 전 소방사)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순직소방관추모관 누리집(www.nfa.go.kr/cherish/memorial/heroes)에 마련된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사이버추모관을 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200개 가량의 추모글이 올라와 있다.

노량진서 공부할 때 “임용돼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지”

지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과거 두 소방관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같이 노량진에서 공부했을 때 힘들 때마다 (박 소방교가) 그래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지 하며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거기서는 뜨거운 곳은 피하고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지내라. 부디 그곳에서는 안전하길 바란다” “덕분에 웃을 일이 참 많았는데 고생 많았다. 이제 편히 쉬길 바란다” “매사에 모범을 보였는데 이제 힘든 일 하지 말고 편히 쉬길 바란다” 등의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자신을 김 소방장의 ‘학교 형’이라고 밝힌 추모객은 김 소방장을 “학교에 적응 못 하고 있을 때 선뜻 먼저 다가와주고 많이 도와줬던 듬직하고 고마운 동생”으로 기억했다. 그는 “먼 나중에 거기서 다시 만난다면 네게 받은 고마웠던 일들 ‘그땐 그랬지’ 하고 잔뜩 얘기하자. 아픈 것 잊고 편히 쉬어라”며 추모했다.

동료 소방관들의 추모글도 이어졌다. 한 소방관은 “구미소방서 시절 동료로 스쳐간 인연이었지만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안타깝고 슬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1월31일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한 육가공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구조대원들이 인근 공장을 통해 화재 현장 진입로를 찾고 있다. 4인1조인 이들 가운데 두 대원은 끝내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연합뉴스

시민들도 애도를 표했다. 사이버추모관에는 “진정한 영웅들이 돌아가셨다” “화재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위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용기에, 두려움 앞에서도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용기에 그저 묵묵히 추모한다” 등의 애도가 담긴 글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관을 꿈꾸는 한 누리꾼은 “그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훗날 누구보다 앞장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후임 소방관이 되겠다. 그대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소방관을 꿈꾼다는 한 초등학생은 “예전에는 영웅이 그저 영화에만 나오는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곁에 있는 소방관분들도 영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며 “부디 편히 쉬시라”는 내용의 추모글을 올렸다.

2일 경북 문경소방서에 마련된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관 출신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일 페이스북에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충격에 빠졌을 유가족분들과 동료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 그저 깊이 위로 드린다”고 썼다. 오 의원은 “세상 가장 어두운 곳, 가장 위험한 곳에서 그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나던 열정, 뜨거운 사명감으로 국민을 지키던 그대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소방관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정한 영웅들이 돌아가셨다”

1일 경북 문경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 구조작업을 하다 숨진 소방관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사명감이 투철했던 두 사람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 소방장은 2019년 공개경쟁채용으로 임용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따기 어렵다고 알려진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했다. 박 소방교는 특전사로 근무하다가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경쟁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박 소방교는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사명감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가 2022년 1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보면, ‘경북소방’이 적힌 특수복을 입고 발차기를 선보이던 씩씩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당시 박 소방교의 지인이 “울 쌤은 어디서건 기쁨을 준다”고 댓글을 달자 그는 “어디서나 (기쁨이) 넘칩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저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돼 고립됐다가 1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공장 안에서 사람이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다른 대원 2명과 함께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가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함께 들어간 대원 2명은 1층까지 가까스로 내려온 뒤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순직한 대원들에게 1계급 특진(소방장·소방교)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장례는 경상북도청장으로 3일간 진행되며 3일 영결식 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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