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전장연 기관지'라며 쫓아낸 서울교통공사에게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 2024. 2. 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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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①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밖 내몰기 처음 아니다
2년째 사과 않는 공사, 모든 언론인·다큐감독에 사과하라

[미디어오늘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문화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0개 장애인·문화예술·언론단체는 지난달 31일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하철 행동 현장에서 전장연 활동가들은 끌어낸 서울교통공사가 다큐멘터리 감독과 기자 등 언론인을 끌어낸 데 언론자유 탄압을 비판하면서다. 기자들과 다큐멘터리 감독 등 언론인과 문화예술인들도 이 자리에 발언자로 섰다. 언론인과 문화예술인들이 낭독한 발언 글을 2편의 기고로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주


지난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비마이너 기자로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 22년 3월이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 사태가 벌어졌고, 비마이너는 문건에 '전장연 당 기관지', '전장연 여론전 용도', '언론플레이용'으로 언급됐다. 이에 비마이너는 서울교통공사가 비마이너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교통공사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사과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별안간 그제 오후, 서울교통공사 언론팀장이라는 분이 사과를 원한다며 내 연락처를 수소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마이너 퇴직기자까지 연락했다고 한다. 이에 비마이너 기자로서, 최영도 고객안전지원센터장(2월1일자로 인재개발원 전보)으로부터 퇴거당한 당사자로서 입장을 밝힌다.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지하철에 타려던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지 23년 되던 날, 전장연이 주최한 제57차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취재하러 혜화역에 갔다. 최영도 센터장이 신분 증명을 요구하길래 명함을 줬더니 최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민지 기자님, 비마이너 기자시죠? 전장연 계간지예요. 퇴거시켜. 상관없어.”

거듭 항의했지만 최 센터장 지시에 순식간에 몰려온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에 의해 승강장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기자회견은 8시에 시작됐는데, 나는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15분 만에 쫓겨났다.

이후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대합실에서는 승강장에서 들려오는 비명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내 뒤로 쫓겨나온 활동가들에게 지금 아래 승강장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냐고 계속 물어보며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를 대합실에 머무르면서 간접적으로 취재해야 했다.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기에 기사에는 “알려졌다”, “전해졌다”라는 부정확한 표현밖에 쓸 수 없었다. 기자로서 독자에게 현장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이런 부정확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심각한 자괴감을 느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전장연이 주최한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빈곤 독립언론 비마이너는 2010년 창간 이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세상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는 현장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장, 쪽방주민과 거리홈리스가 주거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장, 그리고 그들이 투쟁하며, 목소리 내며 싸우는 현장 등을 언제나 취재해 왔다. 이 현장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기 힘든 현장들이다. 비마이너는 '마이너'하다고 치부되는 목소리들을 기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독립언론으로서 10년 넘게 그 소명을 다 해왔다.

'전장연 당 기관지다, 계간지다' 하는 표현들은 비마이너에는 엄청난 명예훼손이다. 따라서 서울교통공사에 엄중히 경고한다. 취재기자들을 강제퇴거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라.

나는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는데, 1개의 영화를 100명이 보면 100개의 영화가 생긴다는 말을 좋아한다. 현장을 찍는 카메라가 많을수록, 현장을 보고 듣고 기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현장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며 기록될 수 있다. 그러면 독자는 다양한 매체의 기사와 콘텐츠를 비교해 보면서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에 보다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고, 현장의 면면들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가 2022년 3월18일 오전 10시 서울교통공사 언론장악 문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이슬하 기자

서울교통공사에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 취재기자들을 내쫓는, 강제퇴거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라. 독자와 시청자들이 현장을 다각도에서 살피고 진실에 상세하게 접근하고 현장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그리고 개별 사과 말고 서울교통공사 명의의 공식 사과를 원한다. 연락처 수소문해서 전화해서 개별 사과하지 마시고 취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것에 대해서 서울교통공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모든 취재기자에게 그리고 다큐멘터리 독립 감독님들에게 사과해 주시기를 엄중하게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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