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공포 이제 끝? 빈티지샵, 동묘에 쇼핑객 돌아왔다

2024. 2.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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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 전국에서 신규 빈대 신고(실제 발생) 건수는 21건(15건)으로 나타났다.

동묘의 또다른 빈티지샵 사장은 "동묘에서 빈대 이슈는 얼마 가지 못했다"며 "돈 없는 학생들은 질 좋은 옷 한 벌 사는 것보다 옷이 여러 개인 게 더 중요하다. 안 그럼 또래들한테서 옷 없는 애 취급 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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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신고, 지난해 11월 대비 10분의 1 수준
㎏으로 값매기고, 균일가 2000원 파는 중고의류
고물가, 소득 감소 속에 의류 소비 대안으로
빈대 공포가 들끓었던 지난해 11월께 직격탄을 맞았던 동대문 동묘 구제시장이 살아났다.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대학생 젊은층 쇼핑객이 평일 오후에 삼삼오오 쇼핑을 하고 있었다.[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빈대요? 원래 빈티지 옷 사면서 옷 상태는 어느 정도 감수하는 거죠. 빨래방 가서 세탁하고 건조기 고온으로 돌리면 다 죽는다면서요.”(22세 대학생 임모 씨)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 전국에서 신규 빈대 신고(실제 발생) 건수는 21건(15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3~19일 189건(68건)의 빈대 신고가 잇따랐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빈대 공포증이 사그라들면서 구제 의류 쇼핑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전날인 1일 찾은 서울 시내 빈티지샵들과 동묘 구제시장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방학중인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다수 쇼핑중이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여성의류 빈티지 샵에서 만난 대학생 임 모 씨는 쇼핑 카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디건, 블레이저, 코트 등 부피가 많이 나가는 옷들을 주로 골라 금방 카트가 채워졌다.

서울 시내에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는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젊은 층이 주요 손님이다.[이민경 기자]

임씨는 “1㎏에 2만5000원이라 지금 한 4~5㎏ 나갈 것 같은데 그래도 10만원 정도에 이렇게 옷을 여러개 살 수 있는 데가 없지 않느냐”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얇은 코트 한 벌이 10만원 한다”고 말했다.

임씨와 함께 온 친구도 “안 그래도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파는 빈티지 옷들에서 빈대가 나왔다거나, 오염물이 묻어있다거나 하는 안 좋은 후기들이 많아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려고 왔다”며 “여기 사장님도 스타일러(의류관리기기)로 다 돌렸다고 하고, 그냥 보기에도 별 문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구제의류의 성지로 불리는 동대문 동묘 구제시장에서도 이날 고등학생, 대학생 무리와 중장년·노년층이 구매한 옷들을 검은색 비닐봉지 또는 타포린백 등에 담아 들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대별로 쇼핑하는 샵들이 달랐다. 중장년층 이상은 길가에 돗자리를 펴놓고 쏟아부어 놓은 옷들에 관심이 많았다. 주로 등산복 계열의 옷들이 쌓였다. 하나에 2000원 균일가로 파는 옷 무더기를 여러명이 둘러싸고 헤집고 있었다.

빈대 공포가 들끓었던 지난해 11월께 직격탄을 맞았던 동대문 동묘 구제시장이 살아났다.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대학생 젊은층 쇼핑객이 평일 오후에 삼삼오오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민경 기자

일부 빈티지샵에는 버버리 트렌치코트, 크리스챤디올 블레이저 등 명품도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옷들은 점원이 내려줘야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옷 안감을 살펴보니 누군가 옷을 입었던 흔적이 적나라했다. 생활 오염이 전혀 제거가 안 되어 있었다. 점원은 “정말 냄새가 심하거나 눈에 띄는 오염이 아니면 구제의류에 드라이클리닝은 사치”라며 “99%는 그냥 스팀기로 다려서 진열해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제의류 소비심리가 빈대 이슈를 극복하고 빠르게 회복된 데에는 최근 물가상승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부모에게서 용돈을 받는 청소년들이 새 옷 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동묘의 또다른 빈티지샵 사장은 “동묘에서 빈대 이슈는 얼마 가지 못했다”며 “돈 없는 학생들은 질 좋은 옷 한 벌 사는 것보다 옷이 여러 개인 게 더 중요하다. 안 그럼 또래들한테서 옷 없는 애 취급 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입었던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세탁해서 입으면 그 브랜드를 입는 거지, 중고를 입었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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