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폭언·폭행" 목사의 두얼굴…50년 결혼생활 끝내고 싶다

50년 넘는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참아온 여성이 '황혼 이혼'을 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70대 여성 A씨는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수십년간 자신을 폭행해온 남편과 이혼을 원하지만 폭행 증거가 없어 고민이라는 한 여성 사연이 등장했다.

A씨는 스무살 무렵 남편을 만나 50년 넘게 결혼 생활했다. 아들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이 술만 마시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괴로울 때가 많았다.

A씨는 "남편은 대외적으로 존경받는 목회자다. 술버릇을 제외하면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교회 사람들은 남편이 폭언과 폭행을 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에게 폭행당한 뒤 약을 바르는 건 일상이었다. 심할 때는 병원에 갈 정도로 크게 다쳤다. 하지만 A씨는 자녀들을 생각해 아무 말 없이 견뎠다. 이혼 이후 생계가 걱정되기도 했다. 별다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1970년대에는 이혼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어느덧 A씨는 70세를 훌쩍 넘겼다. 세 아들은 결혼해 자식을 낳았다. A씨는 "수십년간 남편이 폭언하고 저를 때렸던 증거는 없다"며 "하지만 아들들과 며느리들, 손주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 지금이라도 이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정두리 변호사는 "황혼 이혼은 보통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하는 거다. 자녀들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참고 살던 분들도 이제는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며 "A씨 남편도 이혼을 원한다면 당연히 이혼이 가능하다. 만약 남편이 이혼 기각을 구하는 경우에는 폭언과 폭행 등 이혼의 유책 사유가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A씨가 남편의 폭언과 폭행을 입증할 방법에 대해서는 "요즘에는 이혼 소송을 앞두고 상대방 폭언과 폭행에 대한 녹음, 동영상을 수집하거나 폭행으로 상처를 입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는다"며 "곧바로 112에 신고해 이혼에 대한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황혼 이혼의 경우 특별한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아버지 폭언과 폭행을 지켜본 성년 자녀들이 어머니 편에 서서 진술해주면 입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부모 경제력에 따라 성년 자녀들이 아버지 편을 드는 경우에는 가사 조사를 활용해야 한다"며 "당사자들의 주장이 대립하면 가사 조사관이 사실관계 조사를 한다. 당사자는 소송 절차에서는 얘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사 조사관에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사 조사관의 보고서는 이혼 판결의 기초 자료와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 자료가 된다"며 "배우자 폭력성 때문에 함께 조사받는 것이 두렵다면 분리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