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조현우 포함-이강인 제외' 아시안컵 16강 베스트 11 발표…일본 3명으로 '최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로 한국을 구한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가 1일(한국시간) 발표한 아시안컵 16강 베스트 11에 뽑혔다. 이날 경기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명단에 들지 않았다.
조현우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세 번째 키커와 네 번째 키커가 찬 슈팅을 연달아 막아 내며 4-2 승리에 앞장섰다.
조현우는 승부차기 외에도 120분 중 사우디아라비아가 펼친 공세를 거의 다 막았다. 상대 골키퍼 나레스 알 카사르의 선방이 워낙 많아 조현우의 활약이 묻힌 감이 있었지만 승부차기로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사우디아라비아가 역습으로 만든 슈팅 기회를 막아 내면서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조현우는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가진 기량을 잘 보여줬다. 첫 번째 키커부터 방향을 예측하며 상대의 기를 죽이기 시작한 조현우는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조현우가 선방쇼를 펼친 사이 한국은 손흥민,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실수 없이 성공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쳤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조현우가 120분 동안 필드에서 기록한 선방은 2개다. 이 외에도 패스 성공률 86%(19/22)를 기록했으며 긴 패스 성공률도 50%(3/6)으로 준수했다는 평가다. 풋몹은 조현우를 평점 7.8점으로 호평했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 24는 "대기 골키퍼 조현우가 한국을 아시안컵 8강으로 이끌었다"고 치켜세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에 등장한 조현우는 "(클린스만) 감독님 말씀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좋은 결과로 이겨서 기분 좋다. 승부차기에서 막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가 이겨야 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현우가 승부차기를 선방한 비결은 믿음이었다. 현역 시절 명수문장이었던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의 도움도 있었다. 조현우는 "승부차기 연습을 많이 했고 (쾨프케) 코치도 제게 믿음이 있었다. 제 판단이 다 옳다고 말했다. 덕분에 잘 판단해서 선방이 나왔다. 서로를 믿었다"고 돌아봤다.
조현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배출한 한국 국가대표 최고 스타 중 한 명. 경기 때마다 믿기지 않는 선방으로 월드컵에서 활약으로만 하이라이트 필름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2018 월드컵은 조현우가 한국 축구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 감독이 파울루 벤투로 바뀌면서 조현우의 상황이 달라졌다. 벤투 감독은 조현우 주전 체계를 깨고 김승규를 번갈아 기용하기 시작했다. 부임 초기 파나마와 평가전을 앞두고 골키퍼 포지션 기용 계획을 묻는 말에 "골키퍼 모두 경쟁력 있고 능력 있는 선수다. 경쟁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골키퍼 포지션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선언이었다.
벤투 감독이 출전 시간을 분배하며 만든 경쟁 체제에서 김승규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2019년 아랍에미테이트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은 김승규를 주전 골키퍼로 낙점했다. 김승규가 전 경기 골문을 지킨 반면 조현우는 1분도 출전하지 못했다.
조현우는 꾸준히 벤투 감독으로부터 소집됐지만 정작 경기엔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원정 16강 성과를 거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벤투 감독은 김승규를 주전 골키퍼를 선택했다. 이 대회에서도 조현우는 1분도 나서지 못했다.
축구계는 벤투 감독이 주전 골키퍼를 조현우가 아닌 김승규에게 무게를 두는 이유는 빌드업 능력 차이로 해석했다. 선방 능력은 비슷하거나 조현우가 앞서 있지만 골키퍼부터 빌드업하는 축구를 펼치는 벤투 감독의 전술 성향상 발밑이 안정적인 김승규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의 이와 같은 결정은 경쟁자였던 김승규의 발언으로도 파악된다. 김승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러시아 월드컵에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준비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다"며 "(조)현우보단 발밑에 자신이 있다. 하지만 현우도 울산에서 (빌드업 축구를 하면서) 발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떠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주전 골키퍼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따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하면서 자신의 '사단' 중 한 명이었던 쾨프케 코치를 데려왔다. 쾨프케 코치는 훈련에서 김승규뿐만 아니라 조현우 그리고 송범근 등 다른 골키퍼까지 면밀히 관찰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콜롬비아와 평가전에 김승규를 선발로 내세웠다가 다음 우루과이와 평가전엔 조현우를 선발 골키퍼로 선택했다. 조현우에겐 8개월 만에 선발 출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A매치 두 경기에 이어 10월 튀니지와 첫 경기에서도 다시 김승규가 선발 골키퍼로 나섰다. 조현우가 지난해 10월 17일 베트남과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김승규였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경기에서도 예상 대로 김승규가 선발로 출전했다.
그런데 김승규가 훈련 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9일 "김승규가 자체 게임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김승규는 소집해제되어 치료를 위해 조기 귀국했다. 김승규의 부상은 단순히 선수 한 명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시안컵 우승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큰 사태로 대표팀에 우려가 컸다. 아시안컵에서 부상 악령은 그동안 한국 축구가 숙원을 이루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결승까지 내달렸던 2015년 대회에서는 핵심이던 구자철과 이청용이 대회 중 조기 귀국해 전력이 약화됐다. 벤투호가 나섰던 2019년에도 나상호, 기성용, 이재성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 대회에서도 기성용이 중도 하차했다.
김승규가 빠지면서 한국 골키퍼진은 조현우와 송범근(쇼난 벨마레) 단 두 명만 남게 됐다.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골키퍼 포지션과 특히 베테랑을 선호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상 선발 골키퍼는 송범근보다 경험 많은 조현우에게 무게가 실렸다.
실제로 김승규가 빠진 자리에 클린스만 감독은 조현우를 선택했다.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과 경기와 3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 모두 조현우가 선발 골키퍼 장갑을 꼈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요르단과 경기에서 2점,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선 무려 3점을 내줬다.
조현우는 "개인적으로 지나간 것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다가올 준비를 계속 했다. 골을 내주지 않으면 (동료들이) 득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실점했지만 끝까지 믿었고 골이 나왔다. 그래서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을 마치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베스트 일레븐에 뽑혔다. 2차전 이후에는 아무도 선정되지 않았고, 3차전 대상으로는 이강인이 다시 뽑히기도 했다.
이강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경기 최우수선수급 활약을 펼치며 축구 통계업체 풋몹으로부터 조현우보다 높은 평점(7.9점)을 받기도 했으나 다른 선수들에게 밀렸다.
나머지 자리는 일본이 가장 많았다. 일본은 우에다 아야세, 구보 다케후사, 마이쿠마 세이야 등 포지션별로 고르게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됐다.
그 뒤로 해리 수타, 마틴 보일의 호주가 2명이었다. 나머지는 아크람 아피프(카타르), 야잔 알나이마트(요르단), 수파촉 사라차트(태국), 아지즈베크 투르군보예프(우즈베키스탄), 에산 하지사피(이란) 등이었다.
극적으로 16강을 통과한 한국은 8강에서 호주와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호주는 16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4-0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상대전적은 8승 11무 9패로 한국이 다소 열세지만 격차는 크지 않다. 오히려 최근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1승 1무로 한국이 우위다.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총 세 차례 만났다.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구자철의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서 이정협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지만 정작 결승전에서 1-2로 패해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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