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저PBR주 훨훨 나는데… 안 오르는 자산주들 공통점은?

문수빈 기자 2024. 2.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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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 정책 발표에도 15% 하락
타사보다 많은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
승계 작업 시작한 에스디바이오센서도 내림세

국내 증시의 고질병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현상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저PBR주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저PBR이란 회사가 가진 자산보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의 가치(시가총액)가 더 적은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은 기업은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 정책이 나오면서 최근 PBR이 낮은 종목들이 심상치 않은 주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다. 자산이 많음에도 빚이 많은 기업과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기업 등은 여전히 주가가 눌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정서희

2일 조선비즈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시총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PBR은 0.5배 이하인 상장사는 70개사다. 이 중 금융위원회가 저PBR주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17~31일 주가가 떨어진 곳은 9개사에 불과했는데, 그중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대한해운이었다. 대한해운 주가는 이 기간 14.88% 추락했다.

이는 이례적인 수치다.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는 상장사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내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기재 ▲주주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이 개선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즉 기업으로 하여금 주가가 눌린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타개할 경우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정책으로 저PBR주의 주가가 오를 것이란 시장 기대가 번졌다. 발 빠른 투자자들이 관련 주식을 사들이면서 관련 종목들이 단체로 상승세를 탔다.

대한해운 LNG운반선.

하지만 대한해운은 PBR이 0.41배로 저PBR주임에도 주가가 후퇴했다. 해상화물운송업을 주로 하는 대한해운은 부채가 많은 회사로 유명하다. 가지고 있는 선박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하는 업의 특성상 부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해운은 동종 기업과 비교해 봐도 부채비율이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해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51.83%다. 같은 업을 하는 HMM은 20.18%, 팬오션은 64.07%다.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350억원이었는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9631억원이었다. 대한해운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자사주 838만6070주를 매각했다. 자사주를 처분함으로써 223억원을 손에 쥐었지만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불을 끄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공.

대한해운에 이어 저PBR임에도 크게 하락한 종목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있다. 이 기업은 체외 진단시약 공급 업체로, 최근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3일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바이오노트 이사회 의장은 장녀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글로벌사업전략실 전무에게 바이오노트 지분 4.9%(500만주)를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주격 회사다. 회사의 지배구조는 조 의장→바이오노트→에스디바이오센서로 이어진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가 하락에 승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세도 오르기 때문에 승계 중인 기업은 주가를 낮추는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할증으로 세율 60%가 적용돼 오너 일가에선 주가를 낮추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실적 측면에서 봐도 매력이 없다. 코로나 특수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때도 있었으나 잠시였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수익은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1~9월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당기순손실 3692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HMM 제공

HMM 역시 대표적인 저PBR주이나 금융위의 정책 발표 후 주가는 6.81% 떨어졌다. HMM은 하림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물살을 탔지만, 최근 들어 제동이 걸렸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인수 측인 하림그룹이 영구채 처리를 놓고 이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은 3년간 잔여 영구채 1조6800억원어치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매각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매각 측이 하림그룹의 자금 조달 계획에 의구심을 갖는 것 역시 매각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HMM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가 하림그룹으로의 매각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쓰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결렬되면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저PBR주 투자에 대해 “연초에 워낙 한국 증시가 부진해 단기적으로 상대적 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여러 이유로 주주 환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이 정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PBR주는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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