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이 세상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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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영화 '이 세상 끝까지'(1991)에는 인간의 뇌파를 이미지 형태로 기록·재생해주는 기계가 나옵니다.
실명한 아내가 세상을 이미지로 볼 수 있도록 어느 과학자가 발명한 이 기계를 두고, 어머니에게 보여줄 세상의 이미지들을 수집하러 다니는 아들, 그에게 끌리는 수상한 여인, 기계에 눈독 들인 온갖 정보기관들 등이 얽히고설켜 전 세계를 무대로 '로드무비'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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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영화 ‘이 세상 끝까지’(1991)에는 인간의 뇌파를 이미지 형태로 기록·재생해주는 기계가 나옵니다. 실명한 아내가 세상을 이미지로 볼 수 있도록 어느 과학자가 발명한 이 기계를 두고, 어머니에게 보여줄 세상의 이미지들을 수집하러 다니는 아들, 그에게 끌리는 수상한 여인, 기계에 눈독 들인 온갖 정보기관들 등이 얽히고설켜 전 세계를 무대로 ‘로드무비’가 펼쳐집니다.
이 영화에서 특히 흥미로운 설정 가운데 하나는, 시각장애인에게 이미지를 보여줄 용도로 만들어진 이 기계가 나중에는 인간의 꿈을 녹화해서 볼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재생장치의 작은 뷰파인더를 통해 재생되는 자신의 꿈에 빠져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오직 재생장치를 구동시킬 배터리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사실 지금 보면 실망스러울 정도로 단순할 수 있습니다. 파편적인 이미지들만 범람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저마다 자기 안에 틀어박히는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정도일까요. 실제로 영화 막판 이미지에 중독되어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은, 타자기로 정성스럽게 쳐낸 텍스트로 이뤄진 ‘이야기’입니다.
과학의 발전은 참으로 빨라서, 1999년에 고양이의 뇌 속 시각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실험이 성공하는 등 ‘드림 레코딩’ 자체는 이미 충분히 가능한 기술로 여겨진답니다. 단지 아무 인과관계 없는 혼란스러운 영상들에 과연 어떤 효용이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하네요. ‘이야기가 구원하리라’는 오래된 믿음은 어떨까요? 구닥다리 믿음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더 절실한 믿음이 되었을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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