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호주 경험한 박주호 "사이드 강점 호주에 사이드 공격으로 맞서야"[여기는 도하]
"호주는 사이드가 강한 팀이라 사이드로 맞불을 놓는 수밖에 없어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출신 박주호(37)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이 호주의 강점인 사이드를 같이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3일 오전 1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8강전을 갖는다.
"심플한 축구하는 호주...90분 내내 지치지 않아"
박주호는 이번 아시안컵에 선수가 아닌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참석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tvN이 아시안컵을 독점 생중계하면서 배성재 캐스터, 김환 해설위원과 함께 카타르에 입성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 선수로 출전한 이후 9년 만의 행보다.
8강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2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박주호는 "호주와의 경기가 이번 대회 한국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호는 호주의 강점으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공격 패턴을 꼽았다.
"호주는 심플하게 축구하는 팀이라 색깔이 없어보여도 뚜렷한 특징이 있는 팀입니다. 수비를 단단히 내려서 진영을 갖추고, 빠르게 드리블과 한두 번의 패스를 통해 득점을 노리는 거죠. 이때 윙어를 이용해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 크로스를 계속 올리는 겁니다."
박주호는 호주의 득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에서 총 8골 1실점했다. 그는 "호주는 슈팅 숫자가 많지 않지만 계속 득점을 기록하고 있고, 골도 여러 선수들이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호주의 피지컬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장점이다. 박주호는 "호주 선수들은 90분 내내 한결같이 공격의 강도를 유지한다"며 "호주가 90분 내내 흔들리지 않고 공격하는 걸 보면 멘털이 강한 팀인 것 같다. 먼저 한 골을 넣더라도 지키기보다 계속 똑같이 공격할 팀이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도 클린스만호를 상대로 수비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아널드 감독은 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의 스피드를 90분 내내 압박하며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의 강점인 사이드를 공격해 무너뜨려야"
탄탄한 수비와 화끈한 공격이 이번 대회 호주 축구를 대변한다. 그렇다고 빈틈이 없는 건 아니다. 뒷공간과 사이드가 해답이라면 해답. "뒷공간이 가장 노릴 만한 곳이긴 하지만 호주가 우리 대표팀을 상대로 다른 팀들보다 더 내려서 수비를 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뒷공간을 노릴 수가 없죠. 결국 사이드가 장점인 호주를 사이드로 부수는 수밖에 없어요."
박주호는 한국의 측면 공격수들 역량이 좋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황희찬(울버햄프턴)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재성(마인츠) 등이 호주의 측면을 휘저으면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을까 한다. 사이드를 허무는 게 축구의 정석"이라며 "사이드가 강점이니까 반대로 사이드를 공격함으로써 선수들이 활약을 못하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고 분석했다.
박주호는 지난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해 주전으로 뛰었다. 당시 한국은 호주와 같이 A조에 편성돼 조별리그와 결승전, 두 차례 격돌했다. 박주호는 호주와의 2차례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에선 전반 이정협의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해 조 1위로 16강에 올랐으나, 정작 결승에서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1-1)에도 불구하고 연장 혈투 끝에 1-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틀밖에 못 쉰다고? 오히려 그게 좋을 수도"
박주호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짧은 휴식시간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펼친 한국은 이틀의 휴식을 취했다. 반면 호주는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와 16강전을 치러 무려 사흘간의 휴식시간을 얻었다. 한국보다 이틀 이상 더 쉰 셈이다.
박주호는 이에 "오히려 연속 경기 때 몸이 더 좋다"면서 "오늘까지는 힘들겠지만 경기 당일이 되면 오히려 몸이 좋을 수도 있다"고 선수시절 경험을 전했다. 다만 문제는 한국 선수들이 90분 만 뛴 게 아닌 연장전까지 갔다는 점이다. 연장전에 추가시간까지 더하면 40분 이상 더 뛴 것이나 다름없다.
박주호는 "원래 90분 만 뛰고 이틀 잘 회복한 다음 경기를 뛰면 오히려 몸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뛰었기 때문에 데미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큰 대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서 준비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8강전 고비만 잘 넘기면 결승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호, 색깔 없는 건 아쉬워"
박주호는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이 역대급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 능력적인 부문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전체적으로 확실한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 '전술 부재'로 비판을 받아왔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급 전력을 보유하고도 시원하고 화끈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팀 플레이가 아닌 선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고수하고 있다.
박주호는 이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색깔을 보여주면 정말 강력한 팀이 될 수 있다"면서 "클린스만호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색깔이 안 나온다는 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엿봤다고 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선수들의 멘털 관리에 많이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이런 면은 선수들 입장에서 좋은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알라이얀 =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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