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주가 끌어올린 1월 수출 '호조'…아직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권애리 기자 2024. 2.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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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벌써 2월입니다. 지난달인 1월의 수출 결과가 어제(1일) 발표됐죠. 우리 수출 성적이 모처럼 괜찮았네요. 

<기자>

1월 한 달 동안의 우리 수출 546억 9천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72조 원이 훌쩍 넘는데요.

1년 전에 비해서 18%나 늘었습니다. 새해 출발이 좀 희망적이죠.

이렇게 전년 대비 수출이 두 자릿수로 늘어난 거는 2022년 5월 이후로 처음입니다.

우리가 수출로 밖에서 벌어들인 돈이 수입으로 밖에 나간 돈보다 더 많은 것도 지금 8개월째 연속입니다.

어제 우리 주식시장이 정말 모처럼 웃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2% 가까이 상승했는데요.

우리 증시가 따라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뉴욕증시가 요즘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때는 못 따라갔었는데, 반대로 어제는 뉴욕증시가 시들한 직후였는데도 불구하고 모처럼 한국 증시는 힘을 낸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어제 나온 이 1월의 수출 성적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표에서처럼 한국 증시는 결국 수출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출이 잘 될 때는 다른 여건이 좋지 않아도 오르는 힘이 생깁니다.

특히 증시를 통해서 우리 기업들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경제에 대한 공식 지표들을 보면서 사고파는 모습이 바로바로 나타납니다.

오랜만에 수출이 두드러지게 좋으니까 어제 외국인들이 특히 바이 코리아에 나서서 증시를 끌어올렸습니다.

<앵커>

역시 수출인가 봅니다. 수출이 어디서 좋아진 건가요?

<기자>

역시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입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93억 7천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12조 원을 훌쩍 넘어서 1년 전보다 56.2%나 늘었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우리가 경기 침체를 겪은 가장 큰 이유도 반도체, 1월 분위기가 좋은 가장 큰 이유도 반도체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워낙 낮아졌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에는 웬만해서는 피하던 감산 생산량 줄이기를 이제 1년 가까이 해오면서 이 반도체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인공지능 열풍이 우리에게도 훈풍입니다.

AI 시대에 점점 더 수요가 늘어나는 일종의 고급 메모리 반도체 이른바 HBM, 이것도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합니다.

더 비싼 고급 반도체 판매가 늘어나니까 1월 수출에 바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반도체가 힘을 못 낼 때 한국 수출을 떠받쳤던 자동차도 계속 잘 팔리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1월에 62억 달러, 8조 원어치 넘게 수출되면서 1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잘 팔렸습니다.

<앵커>

올해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좋겠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첫 번째 이유는 올해 1월이 지난해 1월보다 일하는 날이 더 많았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월간으로 보면 지난해 1월보다 수출이 18%나 늘어난 걸로 보이지만, 사실 진짜 증가세라고 할 수 있는 하루 평균으로 보면 5.7% 정도 회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설이 껴서 지난해 2월보다 일하는 날이 적은 이달 2월까지 합쳐서 올초의 수출 상승세가 정말 올해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수준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점점 수출이 잘되는 업종이 편중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표에 뚜렷하게 보이는데요.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조선업을 제외하면 다른 업종들은 여전히 일평균 기준으로는 사실상 마이너스 증가율 수준입니다.

아무리 반도체와 자동차가 핵심이라고 해도 전반적인 수출경기에서 이렇게 차별화가 심해지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골고루 나아지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고 수출 반등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를 이을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았던 이차전지, 1년 전보다 무려 26% 넘게 급락했습니다.

좀 더 전반적으로 힘을 내지 못하면 당장 어제 우리가 봤던 반등세만으로 크게 기뻐하기에는 아직 좀 이르다는 겁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전기차 수요에 대한 좀 우울한 전망들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차전지 수출 자체가 회복되는데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출 전체적으로 수치상으론 좋은 분위기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아직 전반적 회복을 얘기하기엔 이른 감이 있고요. 특히 중국 쪽 수출이 여전히 발목을 좀 잡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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