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팝콘 칼로리 꼭 알아야할까? 때론 모르는 게 약 [정신과 의사의 서재]

2024. 2. 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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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움이 부작용이라고 쓰여 있어 먹지 않았어요." 공황 증상으로 약을 처방했는데, 1주일 후 환자가 증상이 그대로라고 했다.

가능한 부작용이 나열돼 있었는데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다고 쓴 약들이 있었고, 공황 증상 중 하나로 어지러움을 경험했기에 무서워 빼고 먹은 것이다.

저자는 극장에서 팝콘에 적힌 칼로리 정보가 팝콘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지 않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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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어지러움이 부작용이라고 쓰여 있어 먹지 않았어요.” 공황 증상으로 약을 처방했는데, 1주일 후 환자가 증상이 그대로라고 했다. 약을 잘 먹었는지 묻자, 위장약만 먹고 정작 정신신경계 약은 먹지 않았던 것이다. 화근은 처방약의 설명서였다. 가능한 부작용이 나열돼 있었는데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다고 쓴 약들이 있었고, 공황 증상 중 하나로 어지러움을 경험했기에 무서워 빼고 먹은 것이다.

복약 설명서에 참 많은 내용이 쓰여 있는 것은 일어날 모든 부작용을 적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열했을 뿐이라 흔한 부작용이나, 중요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일반인은 알기 어렵다. 이분은 제공된 정보를 꼼꼼히 읽은 게 문제였다.

‘넛지’의 공저자이자 하버드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의 ‘TMI: 정보가 너무 많아서’(열린책들)는 정보의 바다에서 항해 중인 우리의 일상이 정보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위와 같이 달라진다고 한다. 저자는 극장에서 팝콘에 적힌 칼로리 정보가 팝콘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지 않냐고 한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다 공개하는 것이 절대선인지 생각을 충분히 해보자고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정보가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할지 우울하게 할지, 수용자의 관점을 미리 감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보를 기꺼이 수용할지, 의도적으로 회피할지는 정서적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왜냐면 인간은 고통을 감내하기보다 즐기기를 원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의외로 상품의 가격을 알려고 하지 않고, 최근 지출 총액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미 뚱뚱한 사람은 체중을 재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체중은 장기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오늘과 내일에는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굳이 매일 재서 기분을 망치고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싶지 않으니까. ‘전략적 자기 무지’라고 말한다.

합리적 선택자는 정보를 직접 검토하지 않고 중요한 결정은 위임을 한다. 변호사, 의사에게 선택을 위임하고 모든 정보를 알려 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난해한 서류에 짓눌릴 필요도, 혼자 해석하다 실패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은 무의미한 정보에서 나를 보호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은 선별적으로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정보에 대한 태도는 똑같지 않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 좋다. 나쁜 정보도 기꺼이 수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결정을 위임하고, 편치 않은 정보는 회피해서 기분을 평온하게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의 성향 차이일 뿐이다. 우리는 맥락에 따라, 또 사안에 따라서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에 서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걸 왜 모를까 답답해하지 말고, 굳이 알 필요 없다면 불필요한 정보를 떠안지 않고 그 중간 어딘가에 맞춰 딱 필요한 만큼만의 정보만 섭취했으면 한다. 이제는 정보를 대하는 태도로 성격을 구별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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