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광주 동구청이 쏘아 올린 '도시브랜딩' 담론

박준수 2024. 2. 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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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 청장 "'동구' 지명 지역 특성 못 살려..변경 필요"
복잡한 행정·입법 절차에 상당비용 소요
전문가 "행정적 요인에 의한 브랜딩 한계, 신중한 접근 필요"
▲KBC 박준수 선임기자

최근 광주광역시 동구청의 구립도서관 '책정원'을 소개하는 영상이 조회수 120만 회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도시브랜딩'에 대한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 양식!!!'이라는 제목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업로드 된 이 영상은 광주 동구청이 구립도서관 '책정원' 개관을 홍보하기 위해 자체 제작한 콘텐츠입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糧食)을 쌓는 도서관을 점심 메뉴인 양식(洋食)으로 치환한 발상이 반전의 아이러니를 가져오며, 흥미를 자극합니다.

여기에다 담당 공무원의 익살스러운 캐릭터는 보는 이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광주광역시 동구청 정태민 주무관과 장주영 미소계장(미디어소통계장)

"충주시 홍보맨의 뒤를 이를 공무원이 나타났다"는 반응까지 쏟아지며 SNS 계정 팔로워 또한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 지명 탓 '책정원' 영상 대박 효과 못 살려

광주 동구청은 이같은 뜨거운 반응에 고무되면서도 '동구'라는 지명의 한계로 인해 이번 영상의 효과를 '도시브랜딩'에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자치구명 변경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임 청장은 "동구가 전국 여러 군데에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만들고 확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리 지역의 특성과 정체성을 살려낼 수 있는 명칭으로 바꿀 수 있도록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7년 7월 이름을 바꾼 인천 미추홀구의 사례가 있고, 현재 여러 자치구에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도 이러한 담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광주시 자치구들의 명칭 변경은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적극적인 관심이 반영돼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광주시장을 비롯한 5개 자치구청장이 행정구역 개편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치구 명칭 변경이 의제로 언급됐습니다.

이어 광주시는 2022년 10월 18일 광주 5개 자치구 이름을 바꾸기 위한 논의의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주요 논점은 "현행 자치구 명칭은 방위 개념에 근거하고 있지만, 사실상 방위 개념에 맞지 않을 뿐더러 아무런 지역적 특성을 나타낼 수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아울러 광주시는 5개 자치구와 교육청 담당 국·과장들과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자치구 명칭변경 및 행정구역 개편 실무전담팀(TF)'도 발족했습니다.

하지만 번거로운 절차와 유무형적 비용으로 추진 의지가 점차 시들해진 상황입니다.

자치구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여론 수렴은 물론, 여러 단계의 복잡한 행정 및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최소 2년이 걸립니다.

또 자치구 이름이 바뀐 후에는 주민등록을 비롯해 가족·인감·지적·병무·등기·건축물 등을 정비해야 합니다.

도로 표지판 등 지역명 표기물과 구청, 경찰서 등 기관명 변경에도 상당한 비용이 수반됩니다.

◇ '복잡한 절차·막대한 비용' VS '비용보단 부가가치'

그럼에도 광주 동구청은 자치구명을 변경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크다는 판단입니다.

임 청장은 "새 명칭이 갖는 브랜드 가치가 수반되는 비용보다도 높고, 직간접적 효과가 크다"며 "보이지 않는 가치가 우리가 투자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한 도시마케팅 전문가는 "브랜딩이라는 것은 구별을 지어 잘 인식시키자는 것으로, 구별점이 될만한 포인트를 무엇으로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면서 "단순히 행정적 요인에 의한 브랜딩(자치구명 변경)보다는 도시의 상징적인 것 혹은 특성 하나를 찾아 브랜딩하는 과정도 해볼만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마디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브랜드는 최근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핵심적인 경쟁 우위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시브랜드는 지역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고리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도시 이름 역시, 지역과 소비자와의 관계 속에서 시작되고 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지역 브랜드가 개발돼 왔지만 사실 성공적인 지역 브랜드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지호 전남대 교수는 "모든 지역 브랜드가 고객 가치를 창출한다고 해서 모두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 브랜드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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