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국어(韓國語)’와 ‘한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2024. 2. 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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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한글은 의미상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국어기본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 공식적으로 1988년에 제정된 표준어와 한반도 및 부속 도서에서 사용되는 각종 방언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한국어의 특징으로는 형태적으로는 교착어이며, 어순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순서로 되어 있고. 구어체에서는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문법적으로는 성이 없으며 상징어와 경어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우리는 매일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실생활에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경어법(존대법)에서 틀리게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한편 한글은 “우리나라 글자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한국어를 ‘한글’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표현이다. 한글은 단순하게 글자만을 이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글 덕에 문맹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그래서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부러워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워했다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한국인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것을 부러워한 것으로 본다. 한글은 이렇게 쉽게 읽고 쓸 수 있지만, 한국어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에 의해 한국어는 늘 변한다. 표준어도 새롭게 등재되는 것도 있고. 사라지는 어휘도 많다. 특히 유행어는 금방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때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용하던 “고뤠~~”라는 유행어를 지금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유행어는 유행일 뿐이지 표준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젊은이와 늙은이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것도 이미 오래 되었다. 필자가 중학생들과 소통할 때면 “안냐세염?”이라는 문자도 자주 받는다. 이런 글의 뜻을 알 수 있는 노인은 드물다. 이것이 언어의 사회성이다. 아이들은 생파(생일 파티)에 파자마파뤼(파자마 입고 친구집에서 함께 자는 것)를 한다. 스팬(stalker + fan)이니, 덕질(취미와 열정 : 덕후 + 질, 덕후는 일본에서 유래한 ‘otaku’를 말하는 것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이 알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 등의 용어는 노인들에게 그냥 어려운 외국어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말도 계속해서 변한다. 의미도 변하고 맞춤법도 변하고 표준어도 변한다. 북한의 문화어와도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언어는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예순 살이 넘은 사람들은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뀌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필자가 가입한 단체의 장이 보낸 SNS 글을 인용해 보자.(( ) 안이 필자가 수정한 것임) “**이사는 저의(저희) 단체 ……인정할 수 없음니다(없습니다). 전국의 회원님들 보고 드림니다(전국의 회원님께 보고 드립니다)”와 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한국어 공부를 부단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젊은이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변하는 우리말을 바로 알리는 것이 필자의 소명인 줄 알고 10년 동안 아침마다 ‘최태호의 한국어교실’이라는 이름으로 SNS를 발송했다. 2014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거의 다 됐다. 한국어를 40년 넘게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틀리기 쉬운 우리말이나 한자어, 고사성어, 칼럼 등을 발송했는데,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주에는 세종시의 어떤 독자가 “제발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시키지 말라.”며 단체방에서 공개적으로 필자를 힘들게 했다. 과거에도 단체방에서 쫓겨난 경험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참기가 어려워서 그날로 ‘한국어교실’을 문 닫고 말았다. 안 읽으면 되는 것인데,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는 것이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생성된다더니, 필자도 그런 것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그날로 10년 간 운영했던 ‘한국어교실’의 문을 닫으니 이번에는 항의 겸 투정을 부리는 문자가 300통 넘게 들어 왔다. “매일같이 돈 한푼 안 내고 참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 한국어교실 수업이었습니다.”와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문인들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화가 나서 문은 닫았지만, 한국어의 변화를 계속 전하고 싶은 마음도 사실이다. 조금만 더 쉬고 다시 시작할 핑계를 찾아야겠다.
퇴직하고 그냥 쉬면 되는데 이건 무슨 병인가? 잘난 척하고자 하는 병이라고 하자.
투덜투덜~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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