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으면…외국인 선수 울린 이소영 리더십 "언니 존경해요"
[OSEN=대전, 이상학 기자]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정관장 지오바나 밀라나(26)는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한 아웃사이드 히터로 리시브를 받는다. 공격, 수비, 리시브를 모두 해내는 팀의 살림꾼이지만 목적타에 시달리는 날에는 공격까지 흔들리며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장’ 이소영(30)이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돼 베스트 컨디션이 된 4라운드부터 지아도 부담을 덜고 동반 상승하고 있다.
4라운드에 지아는 공격 성공률(44.77%), 리시브 효율(42.11%) 모두 1~3라운드보다 높은 개인 최고 수치를 냈다. 5라운드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IBK기업은행전에서도 팀 내 최다 25점에 공격 성공률 54.76%, 리시브 효율 43.24%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이소영도 13점으로 힘을 보탠 정관장은 세트 스코어 3-1로 IBK기업은행을 제압, 2연승으로 봄배구 희망을 높였다.
시즌 초반 어깨 수술에 따른 재활 결장과 실전 감각 회복 기간을 딛고 4라운드부터 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이소영의 반등으로 정관장의 경기력도 크게 향상됐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4라운드에 범실이 많이 줄어든 게 중요하다. 수비나 리시브 같은 연결 부문에서 소영이가 보이지 않게 많은 역할을 해줘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간다. 다 같이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지아도 ‘이소영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소영 언니의 리시브 범위가 넓어 감사하다. 부담이 클 텐데 그렇게 커버를 해준다. 언니가 4번 포지션에 있을 때 특히 더 그렇다”며 “리시브나 공격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내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 내가 실수를 할 때마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힘이 된다. 언니는 항상 코트 안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다. 가끔 웃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배울 점이 많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소영은 “지아는 모든 것을 잘하는 선수다. 초반에 내가 뛰지 못할 때 지아에게 목적타가 많이 갔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팀에서 바라는 게 너무 많아 지아도 부담 컸을 텐데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다. 처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나 또한 지아에게 배울 게 많다. 서로 포지션이 같다 보니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지아가 한마디 더 거들었다. 지아는 “이건 꼭 말해야 할 것 같다. 3라운드 GS칼텍스전 패배 이후 소영 언니와 치료실 기계에 나란히 앉아 말한 시간이 내겐 터닝 포인트였다. 언니가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소영은 “과부하가 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지아가 묵묵히 잘해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부상을 회복하고) 내가 들어가서 도와줄 테니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그 말을 믿고 의지해준 지아에게 내가 고맙다”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 울컥하던 지아는 이 말을 듣고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소영과 지아의 활약에 힘입어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둔 정관장은 승점 15점을 쌓았다. 12승13패 승점 39점으로 리그 4위. 3위 GS칼텍스(15승9패·43점)와 격차를 4점 차이로 좁혔다. GS칼텍스가 1경기 적게 소화한 상태이긴 하지만 베스트 전력이 된 정관장의 봄배구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3~4위 승점이 3점 이하일 때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가 열린다. 정관장은 2016~2017시즌이 마지막 봄배구로 최근 6시즌 연속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올 시즌에도 험난한 과정을 밟고 있지만 갈수록 희망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고희진 감독은 “우리 선수들 모두 봄배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남은 경기 전승을 목표로 하겠다. 1패를 하면 2~3패가 될 수 있다. 봄배구 확정 전까지 전승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지를 불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관장에겐 11경기가 더 남아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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