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이재용 재판…법조계 “‘경제적 영향력’ 판결 참고사유 될 수 있다”

“형법 51조에 명확히 규정…‘참작해야 하는 사항’”
삼성 반도체사업 등 사법리스크에 발목…고용과도 직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1월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 1심 선고가 오는 5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는지 다시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현직 판사와 변호사, 검사 출신 변호사, 학계 교수 등을 인터뷰한 결과 “당연히 참작할 만한 사유”라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마치 피고인이 ‘네아이의 엄마’일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는 개인적 사정을 고려해 양형에 참고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2일 한 서울 지역 판사는 “판결을 내릴 때 다양한 각 피고인들의 사정을 고려하고, 실제 이를 양형이유에 밝히는 경우도 있다”며 “물론 죄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개인적 사정 등을 양형이유에 명확히 기재할 지는 선택이지만, 전체적인 판결에 있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경제적 영향력은 형법에서 양형의 조건으로 규정한 ‘피고인의 개인적 사정’에 명확히 포함된다는 분석도 있다. 또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형법 51조에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을 참작해야 한다’고 돼 있으며 여기에 업적이나 영향력도 포함될 수 있다”며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개인 사정은 필수적 고려요소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51조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하고, 이는 열거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것(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판시돼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벌총수 정도가 아니어도 고용 등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많아 회사와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경우는 왕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재용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라면 판결에 전혀 고려하지 않기가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 총수라고 해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들은 다른 판사들의 재판에 전혀,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어떤 합의된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인적으로 양형이 달라지기보다는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법정구속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활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인수합병(M&A)과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주요사업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결심공판에서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결과에 따라 이 회장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으면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공식적으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진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M&A 빅딜 추진 등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경영을 하려면 등기임원으로 복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용 회장은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큰 역할이 기대되는 만큼 재판부에서도 정상을 참작할 것으로 본다”며 “본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 불기소로 결론이 났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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