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민이 포항의 배신자? “고향인 울산에서 우승에 도전할래”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인연은 축구를 뜨겁게 만드는 요소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동해안더비’도 예상치 못한 인적 교류로 흥미진진해졌다. 포항 스틸러스 출신의 한 선수가 맞수인 울산 HD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서다.
측면 수비수 심상민(3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울산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2일 만난 그는 “그라운드의 상대라 생각했던 울산에서 뛰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말했다.
■포항 선수의 울산행?…고향으로 돌아갈래
사실 울산과 포항을 오가는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은퇴한 김병지와 오범석, 설기현 등을 비롯해 아직 현역으로 최고 기량을 자랑하는 신진호(인천)까지 숱한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포항에서 울산과 마지막까지 우승을 경쟁했던 심상민이 이적을 결심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올해 울산의 개막전 상대가 포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심상민은 “포항 동료들도 제가 울산을 간다니 조금 놀랐던 눈치”라면서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팀을 찾는데 평소 존경하던 (울산) 홍명보 감독님이 불러주신다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상민의 마음을 더욱 흔든 것은 울산이 고향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부경고로 진학하면서 울산을 떠난지 햇수로 두자릿수가 넘었다”며 “(울산의 모기업인) HD현대중공업에 재직 중이신 아버지가 정년이 끝나기 전에 고향에서 뛸 기회를 포기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뚝뚝한 아버지도 티를 안내려고 하시면서도 기뻐하는 게 보인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에서 첫 목표는 우승
심상민이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장면도 있다. 우승이다. 지난해 포항에서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정규리그에선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다.
심상민은 “사실 울산을 간다고 할 때 아버지는 은근히 ‘우승팀에서 힘들면 어떡하지’라는 눈치였다”면서 “내가 더 잘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K리그1 3연패라는 목표에 기여하고 싶다. 사실 FC서울에서 뛰던 2016년 정규리그 우승 경험은 있지만 내가 주축이 아니었다. 이번엔 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상민은 한 발 나아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울산은 15일 안방에서 일본의 반포레 고후와 ACL 16강 1차전을 시작으로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심상민은 “울산은 이제 아시아를 바라보는 강팀이 아닌가”라며 “선수 경력에서 유일하게 우승해보지 못한 대회가 ACL인데 올해가 좋은 찬스인 것 같다. 예전에 포항에서 울산으로 이적했던 (신)진호형(인천)도 울산에서 ACL을 우승했으니 나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웃었다.
■수비수는 수비만? “골 넣는 수비수가 될래”
울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심상민은 스스로 틀을 깨는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수비력이 빼어난 선수라는 평가 속에 잠시 잊고 있었던 공격 본능을 일깨우는 것.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최전방 공격수와 같은 라인에서 공격에 가담했던 그의 활약상을 올해 다시 울산에서 볼지 모른다.
심상민은 “측면 수비수는 대부분 공격수 출신이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프로에 데뷔한 초기에는 공격에 재주가 더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에선 홍 감독님이 수비수도 공격에 가담하는 걸 원한다”고 활짝 웃었다.
심상민의 속내는 훈련에서도 잘 드러난다. 과거엔 하프라인 아래에서 동료들에게 볼 배급에 힘을 기울였다면 이젠 과감하게 그 위로 올라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유럽에서나 나오는 측면 수비수의 골도 나올지 모른다.
심상민은 2016년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올림픽 직후 서울 이랜드FC에 임대됐던 그 시절이다. 그는 “내가 프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을 넣었던 시기”라면서 “공격수로 뛰던 학창 시절처럼 골문 앞까지 달려가서 골을 넣었다”고 떠올렸다.
심상민이 울산에서도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심상민은 “1부에서는 첫 골일 것”이라며 “아버지 앞에서 우승도, 골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올해의 내 목표”라고 다짐했다.
가고시마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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