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껍데기로 비누 만든다고?…쓰레기로 보물 만드는 통영의 아들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2024. 2. 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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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쓰레기로 분리수거가 될법한 폐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버려진 우유팩부터 굴 껍데기, 폐기된 방화복까지 쓰인다.

그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굴 껍데기를 재생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자 2년의 시행착오 끝에 창업했다.

블루랩스는 굴 껍데기를 활용한 정수필터 '블루볼'과 천연 수제비누 '리네'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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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팩으로 실내방향제 만드는 펄피
굴 껍데기로 비누 만드는 블루랩스
방화복으로 가방 만드는 119레오
펄피의 프루티펄피 [사진 출처 = 펄피]
보통이라면 쓰레기로 분리수거가 될법한 폐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버려진 우유팩부터 굴 껍데기, 폐기된 방화복까지 쓰인다. 소재는 다르지만 이들 스타트업의 지향점은 친환경 업사이클링, 즉 폐기물의 자원화다.

올해 창업 3년차를 맞은 스타트업 펄피는 버려진 우유팩으로 방향제 ‘프루티펄피’를 만드는 회사다. 우유팩을 가공한 재생펄프와 향료를 결합해 방향제를 만드는 회사는 국내에서 펄피가 유일하다. 하경민 펄피 대표는 “프루티펄피는 아기자기한 과일 모양에 농도짙은 과일향이 짙게 배어있는 제품”이라며 “재생펄프 자체가 섬유질이라 향기를 오래 머금고 은은하게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씨앗 페이퍼 ‘플래닛’ 시리즈는 씨앗 행성을 모티브로 한 제품인데, 재생펄프와 씨앗이 배합돼 있어 물을 뿌리면 재생펄프에서 식물이 자라난다. 꽃도 기를 수 있다.

하 대표는 “재생펄프는 단순 포장재나 부자재로 활용되기에는 아까울만큼 가공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노(No) 플라스틱 시대에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펄프를 사용하는 우유팩에서 소재를 추출해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블루랩스가 굴껍데기로 만든 비누 ‘리네’ [사진 출처 = 블루랩스]
2022년 창업한 스타트업 블루랩스는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굴 껍데기로 정수필터와 비누를 만든다. 정상호 블루랩스 대표의 고향은 굴로 유명한 경남 통영이다. 정 대표는 “먼 미래에 사회에서 배운 지혜나 기술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다”며 “대학교 2학년 때 출원했던 특허가 등록되면서 해당 특허를 기반으로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굴 껍데기를 재생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자 2년의 시행착오 끝에 창업했다.

블루랩스는 굴 껍데기를 활용한 정수필터 ‘블루볼’과 천연 수제비누 ‘리네’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동부 체사피크만 지역에서 굴 껍데기의 수질정화 능력에 주목해 연안 정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수질정화 기능이 탁월한 정수필터 시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또 각질 제거를 위한 스크럽 기능의 원료를 기존 플라스틱에서 굴 껍데기로 대체하기도 했다. 리네는 현재 국내 주요 면세점과 호텔 등에 납품 중이다.

정 대표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수십 년간 굴 껍데기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자원화가 되지 못 했는데 새로운 시장의 포문을 블루랩스가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119레오가 방화복을 이용해 만든 가방 [사진 출처 = 119레오]
119레오는 소방관이 불을 끌 때 실제로 착용했던 방화복을 활용해 가방, 지갑, 팔찌 등을 제작하는 방화복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다.

방화복은 소방관을 지키기 위해 아라미드라는 특수섬유로 제작된다. 아라미드는 철보다 5배나 강하고, 불에 타지 않는다. 119레오 제품들은 소재 자체의 높은 기능성 외에도 소방관이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활용됐던 소재를 제품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이 회사는 수익금의 50%를 암투병 소방관에게 기부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전시회, 백화점 팝업스토어, 브랜드 콜래버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방관과 함께 하는 토크쇼도 진행 중이다.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아라미드 소재로 제작된 방화복은 평균 3년간 350회 출동 후 폐기된다”며 “ 이를 수거해 세탁 및 분해 과정을 거쳐 업사이클링 패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상품이 되지 못한 아라미드 소재의 경우 다시 단섬유로 전환해 원단으로 만든다”며 “마찬가지로 폐기되지 않고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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