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헛스윙 삼진이 84개뿐이라니... 대단한 이정후, 'ML 현역' 김하성도 할 말 없었다 "그냥 와서 느껴봐"
현역 메이저리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시속 95마일(시속 152.9㎞) 이상의 빠른 공을 많이 쳐 봐야 안다는 둥, 파워를 늘려서 가야 한다는 둥 적어도 이정후에게는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이정후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이 형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테니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누구의 공이 어떻다는 말보단 그냥 와서 느껴보라는 말을 해서 나도 빨리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공을 경험해 보고 싶다. 처음 보는 공이라는 말에 나도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하성과 이정후는 히어로즈에서 4년간 동고동락한 친한 선후배 사이다. 히어로즈 출신 메이저리거 3호, 4호이기도 하다. 2020년 12월 김하성이 4년 2800만 달러(약 373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507억 원)의 6년 계약을 체결하며 김하성의 뒤를 이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2020년은 이정후의 타격이 한 단계 더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 분기점이었다. 2020년 이전까지 이정후는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안타 생산에 강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2020년 140경기 타율 0.333(544타수 181안타) 15홈런 101타점 85득점 12도루, 출루율 0.397 장타율 0.524를 기록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안타 수는 전년도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2019년 193안타), 커리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한층 정교해진 배트 컨트롤과 타구 스피드는 2루타+3루타 개수도 처음으로 50개를 돌파했다. 볼넷과 삼진 차이도 10개 이상으로 크게 벌리면서 선구안 측면에서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OPS 0.996으로 2년 연속 타격왕에 최다안타(193), 타점(113), 출루율(0.421), 장타율(0.575)까지 타격 5관왕을 차지해 첫 정규시즌 MVP에도 올랐다.
데이터 통계적으로도 이러한 사실은 발견된다. 이정후는 2스트라이크에서도 자신있게 풀스윙을 할 수 있는 타자였다. 한국 야구 통계 매체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0년 이후 2스트라이크 이후 공을 걷어내는 비율은 89.3%로 리그 3위였으며,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도 5.2%로 톱3이었다. 풀카운트 상황에서도 타율 0.368(38타수 14안타), OPS 1.105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한 미국 통계 분석 업체 SIS(Sports Info Solution)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평균 타구 속도 역시 시속 89.6마일(시속 144.2㎞)로 KBO리그 1위였다. 2020년 이후로는 KBO에서 적어도 그만큼 잘 치는 없었다. 정타(95마일 이상 타구) 개수는 561개로 가장 많았고, 1891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은 겨우 84개였다. 이정후를 상대로 어설픈 빠른 공을 던지는 건 안 하느니만 못했다. 직구 상대 성적은 타율 0.358, 27홈런 OPS 0.991로 대단했다.
다만 김하성의 조언처럼 많은 경험은 필요해 보인다. 2020년 이후 이정후가 최소 4200개의 직구를 상대할 동안 슬라이더는 1600개, 커터는 고작 300개 정도를 경험했다. 이정후는 슬라이더에 타율 0.290, OPS 0.840, 커터에 타율 0.273, OPS 0.724로 상대적으로 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KBO리그보다 더 뛰어난 슬라이더와 커터가 난무하고, 시속 100마일(시속 160.9㎞)의 빠른 공이 즐비한 만큼 초반 적응 기간은 불가피하다.
이정후가 빠르게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일단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기술 훈련만 남았는데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도 훈련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가서 바로 훈련할 생각"이라며 "아직 경기에 뛰어보지 않아 내가 미국에서 야구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이라 해봐야 알 것 같다.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하성과 이정후의 맞대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매치업이다.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의 홈 개막전 상대가 샌프란시스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3월 29일부터 4연전을 치른다. 친한 형이지만, 절대 대충 할 생각은 없다.
이정후는 "봐준다는 건 같은 팀 선수나 우리의 플레이를 보러 오신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경기할 때는 정말 사적인 감정 다 빼고 선수 대 선수로서 경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하성이 형이 치는 타구는 치아로라도 잡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형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일만 남았는데 아프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잘해서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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