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전문 '기획회의' 600호…한기호 소장 "1천호까지 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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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소설에서 회귀물이 유행한 지 꽤 오래됐다.
한 소장은 기획회의 600호에서 "한 호의 결호도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출판계 구성원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한 소장은 기획회의 600호 출간에 맞춰 최근 펴낸 에세이 '잡지, 기록전쟁'(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그런 마음을 이제 고쳐먹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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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웹툰·웹소설에서 회귀물이 유행한 지 꽤 오래됐다. 이미 완벽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삶. 성공은 떼놓은 당상일 수밖에 없다.
42년간 출판계에 몸담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어디 숨어서 기획회의 600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고 출판을 다시 시작하면 빛나는 루키가 될 것 같다"고 한다.
격주간지 '기획회의'는 한 소장이 1999년 2월 창간한 출판 전문잡지다. 지난 25년간 발행하며 국내 출판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담았다. 애초 '송인소식'으로 출발했다가 2004년 7월 유가지로 전환하면서 기획회의로 제호를 바꿨다. 한 소장은 기획회의 600호에서 "한 호의 결호도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출판계 구성원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기획회의 600호는 '한국 출판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20편의 글을 담았다. 학령인구 저하, 무료 정보의 범람 속에서도 기발한 마케팅 성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이 속속 등장하는 현상을 진단키 위해서다.
최근에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낸 출판사 대표나 구성원, 막 출판에 입문해 새로운 시도로 성공 가능성을 맛본 젊은 마케터들이 글을 담당했다.
한 소장도 42년 전 마케터로 출판계에 몸을 담았다. 빅데이터도 SNS도 없던 시절, 그는 발로 모든 걸 해결해야만 했다. 현장을 누비며 독자와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30대 초반에 출판사 창비의 마케팅 책임자가 되면서 소설 '동의보감',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IMF 직후인 1998년 9월, 15년간 근무했던 창비를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났다. 월급 못지않은 수준의 외부 원고료·강의료를 받고 있었기에 "야인으로 떠돌며 공부나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어 곧바로 '기획회의' 창간 준비에 나섰고, 그로부터 4개여 월 만에 잡지를 창간했다. '서서히 망하려거든 단행본 출판사를 차리고, 빨리 망하려거든 잡지사를 시작하라'는 출판계의 오랜 격언을 깡그리 무시한 채로 말이다.
하지만 호기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그는 재정적 어려움을 포함해 여러 곡절을 겪었다.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 한 달이면 1천권이 넘어 그걸 다 읽고 글을 써야 했다. 야근과 새벽 근무는 필수였다.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 분량이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 씨가 같은 사무실에서 8년간 동료로 일했다.
"내가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출판의 한 구석에서나마 투덜거리며 잘 버티고 있는 것은 혜안을 가진 그들과 한 시절을 같이한 덕분일 테다." (잡지, 기록전쟁 中)
그는 고된 업무와 불황을 견디며 기획회의 200호, 300호, 400호, 500호를 가까스로 펴낼 수 있었다. 한 소장은 그때마다 "이것으로 끝"이라는 말을 하고픈 충동에 휩싸였다고 한다.
한 소장은 기획회의 600호 출간에 맞춰 최근 펴낸 에세이 '잡지, 기록전쟁'(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그런 마음을 이제 고쳐먹었다고 했다. "세상에 공언한 대로 1000호까지 펴내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자"고 말이다.
"1000호 발행일은 2040년 9월 20일이다. 살아 있다면 팔순이 지난 다음일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지 못하면 누군가가 나를 이어 약속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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