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8명의 엄마 김미경 “국민엄마? 누아르,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스경X인터뷰]
배우 김미경은 지난해 6명의 ‘엄마’로 살았다. JTBC ‘대행사’ 고아인(이보영)의 엄마 서은자, tvN ‘일타 스캔들’ 남행선(전도연)의 엄마 정영순, JTBC ‘닥터 차정숙’ 차정숙(엄정화)의 엄마 오덕례,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모은(신현빈)의 엄마 나애숙, JTBC ‘웰컴투 삼달리’ 조삼달(신혜선) 자매의 엄마 고미자,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최이재(서인국)의 엄마. 거기에 지금 방송 중인 MBC ‘밤에 피는 꽃’에서는 조여화(이하늬)의 시어머니로 출연 중이다.
특히 ‘사랑한다고 말해줘’(이하 사랑한다고) ‘웰컴투 삼달리’(이하 삼달리) ‘이재, 곧 죽습니다’(이하 이재, 곧) 세 작품은 시기상으로 2023년 연말, 2024년 연초로 이어지는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틀면 나오는’ 국민엄마였던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궁금증 하나, 과연 김미경이라는 배우를 단지 ‘엄마’라는 틀 하나에 가둘 수 있을까.
김미경은 2023년을 돌아보며 “소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물론 일정이 안 돼서 못 한 배역도 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건물 올리시려고 하나”라고. 김미경은 “예끼, 여보쇼”라고 말하고 싶었다.
“일하는 걸 좋아하고 행복해요. 마다하지 않지만, 너무 달리면 또 쉬어야 하죠. 하지만 또 쉬면 몸이 아파요. 캐스팅이 오면, ‘아이고 감사합니다’하고 나서는 거죠.”
최근 작품으로 좁혀서 ‘사랑한다고’ ‘삼달리’ ‘이재, 곧’으로 좁혀도 그가 만들어내는 엄마의 이미지는 다 달랐다. ‘사랑한다고’의 나애숙은 딸 정모은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도 사랑을 쏟는다. 정모은이 세상에 대한 긍정을 잃지 않는 보루로 엄마가 있는 것이다.
‘삼달리’에서는 제주 삼달리를 종횡무진하는 왈가닥 엄마를 연기했다. ‘이재, 곧’에서는 아들 최이재의 사망 소식을 알고 비통한 슬픔을 느끼는 인물이다. 세 인물은 저마다 느낌은 다르지만, 또 마음속으로 ‘친딸의 비밀’ ‘친구의 죽음’ ‘아들의 죽음’ 등 큰 시련을 품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제가 그런 인물을 원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 인물이 공통으로 좀 들어있어요. 일반적인 엄마는 아닌 것 같고요. 각각 뭔가 품고 있는 모습이 있죠. 이런 상처가 있는 엄마를 표현하는 데는 연기자로서는 좋았던 것 같아요. 평범한 인물보다는 좋아요.”
많은 작품을 연기하지만, 그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지도 않는다. ‘삼달리’ 출연에는 예전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서 썼던 제주 사투리와 물질 실력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작품을 위해 스킨스쿠버를 다시 연습했다. 실제 제주에서 촬영하며 제주를 사랑하게 돼, 보따리를 싸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만든 4녀1남의 자녀들도 다 좋아요. ‘이재, 곧’의 (서)인국씨는 거의 만나지 못했지만 좋았고, ‘사랑한다고’의 신현빈씨는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성격이 살갑고 좋더라고요. 이질감 없이 ‘우리 딸’ 이렇게 하면서 찍었고, ‘삼달리’의 딸들 신동미, 신혜선, 강미나는 활달하죠. 한 마디로 정신이 없어요.(웃음)”
그는 지금까지 만난 70여 명의 자녀 중 꾸준히 연락하는 ‘아들, 딸들’이 있다. 배우 임주은, 장나라, 박세완, 차지연, 김태희 등이다. 지난해 ‘닥터 차정숙’에서 호흡을 맞춘 딸 엄정화는 단 6살 차이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배우들의 엄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21세기의 국민 엄마’ 칭호가 따라온다.
“물론 그런 호칭을 가진 분들이 많으셔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건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 경지는 아닌 것 같아요. 요즘도 드라마 ‘전원일기’ 재방송을 너무 재미있어서 보는데, 김혜자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계속 놀라요. ‘이거야말로 진짜 국민엄마구나’하면서 놀라게 되죠.”
극단 연우무대 출신으로 연극 ‘한씨 연대기’에서도 13역을 소화하는 등 내공을 쌓은 김미경은 이렇게 단순히 엄마로 뭉뚱그리기엔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드럼과 춤을 좋아하고, 스킨스쿠버와 프리다이빙을 즐기며 스카이다이빙을 꿈꾼다. 최근 타석증 증세로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더욱 몸을 잘 가꿔서 배우만큼이나, 인간으로서의 삶도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저는 나이(만 60세) 의식을 전혀 안 하고 사는데, 그래서 영양제도 따로 챙기질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씩 몸이 변하는 느낌을 받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체력은 거뜬해요. 밤에 찍는 장면에도 저만 눈이 말똥말똥한 경우가 많거든요.”
김미경의 반짝반짝 빛나던 눈은 최근 극단 학전의 무대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조금씩 젖어가기도 했다.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연극 무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후배와 동료, 선배들이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을 받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김미경도 ‘시간’을 느낀다.
“제가 하는 인물에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공감하고 잘했다고, 울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죠. ‘우리 잘살자’ ‘평화롭자’는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누아르에 도전하고 싶고요. 그거 아시죠? 영화 ‘친구’에서 마약에 찌든 유오성씨의 연기. 그런 악역도 늘 꿈꿉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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