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벚꽃 초고속 개화…진해군항제 62년 만에 가장 일찍

최상원 기자 2024. 2. 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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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계절 축제가 휘청이고 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 봄꽃 개화 시기마저 들쑥날쑥해지면서 행사 일정을 미리 잡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 봄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식량 위기, 인류 생존위기를 알리는 신호"라며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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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안 얼고 개화도 들쑥날쑥…계절축제들 휘청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의 지난해 모습. 올해는 3월22일 개막한다. 창원시 제공

지역의 계절 축제가 휘청이고 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 봄꽃 개화 시기마저 들쑥날쑥해지면서 행사 일정을 미리 잡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경남 창원시는 1일 “올해로 62회를 맞는 진해군항제를 3월22일 개막해 4월1일까지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해군항제는 1963년 시작된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데, 3월22일 개막식은 62년 군항제 역사에서 가장 이른 것이다. 1963년 제1회 군항제는 4월5~16일 열렸다. 하지만 개막일이 1980년대부터 앞당겨지기 시작해 2020년엔 3월26일(코로나19 때문에 취소), 지난해엔 3월24일 열렸다. 지구온난화로 벚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면서, 개막일도 함께 앞당겨진 것이다.

1회 행사 때에 견주면 올해 개막일은 14일이나 빨라졌다. 창원시는 올해 폐막일인 4월1일엔 벚꽃이 거의 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군항제 초기이던 1960년대에는 4월1일은 벚꽃이 아예 피지도 않았던 시기다. 창원시 관광과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벚꽃이 3월21일에 개화해 꽃이 만개한 상태에서 축제를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올해 개막일을 지난해보다 이틀 앞당겼다”고 밝혔다.

역사가 비교적 짧은 지역 축제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2000년 시작된 경기도 부천시의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는 불과 20여년 만에 개막일이 열흘 이상 앞당겨졌다. 안미선 부천시 관광진흥과 담당자는 “진달래 축제는 초기에는 4월 중순에 개막했는데, 진달래 개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면서 지난해에는 4월1일에 개막식을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틀 빠른 3월30일 개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지역 대표적 겨울 축제인 ‘안동 암산얼음축제’의 지난해 모습. 올해는 얼음이 얇게 얼어서 취소됐다. 안동시 제공

행사가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1월10일 경북 안동시는 “1월20~28일 열 예정인 ‘안동 암산얼음축제’를 시민 안전을 고려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동 암산얼음축제는 낙동강 지천인 미천에 조성한 암산유원지에서 얼음낚시·썰매타기 등을 즐기는 겨울 축제다. 한번에 1천명이 넘는 관광객이 얼음판 위에 올라가려면 얼음 두께가 25㎝ 이상 돼야 하는데, 올해는 미천 가장자리 얼음 두께가 3㎝ 정도에 불과했다. 안동시는 겨울이 갈수록 따뜻해질 것으로 보고, 얼음이 얼지 않아도 열 수 있게 축제 성격을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 봄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식량 위기, 인류 생존위기를 알리는 신호”라며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김규현 이승욱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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