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운동권, 하나회보다 더 해먹었다…尹정부의 3대 개혁도 막아”
“한동훈, 尹과 갈등으로 아바타론 불식…총선 후 더 큰 걸 보고 있어”
(시사저널=변문우·이원석 기자)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혔던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흙수저' 출신에서 자수성가한 인재로 주목받았다. 그는 국회 의원실에서 10년간 일하며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4급 보좌관까지 올랐다. 이후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인재로 영입돼 인수위원회 당선인 비서실 인사추천팀은 물론,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정무수석실을 거치며 윤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이후 그가 대통령실을 나와 둥지를 튼 곳은 보수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중랑을이었다.
어려운 도전을 결심한 이 전 행정관은 지난 1월31일 서울 중랑구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서울 중랑을은 험지가 아닌 고향이자 탈환지"라며 "지난 9번의 선거에서 중랑구 출신 정치인이 단 한번도 없었던 만큼 1호 중랑구 출신 의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586 운동권을 향해서도 "한국정치가 정체된 원흉이다. 하나회보다 더 해먹으면서 권력을 영속 중"이라며 "이들을 정치권에서 떠나게 하는 것이 정치 발전의 모토"라고 강조했다.
'흙수저' 출신으로 힘든 길을 걸어왔는데.
"어렸을 때 서울 중랑천 아랫동네의 지하실에서 살았다. 여름이면 물이 넘치고 겨울엔 연탄가스에 중독될까봐 문을 열어놓고 자기도 했다. 이렇게 가난했던 중에 제가 관여되지도 않은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누명도 썼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돈 없어서 서럽고 못 배워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정치가 필요하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남긴 빚을 6년간 일을 통해 갚으면서 공부도 병행했다."
정치에 처음 입문하게 된 계기는.
"첫 시작은 국회 무급인턴이었다. 당시 국정감사로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내가 하는 일로 무엇인가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가 돈 없고 못 배워서 서러운 것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정병국·원유철·정우택 의원실을 거치며 10년간 국회 보좌진으로 일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지역과 중앙에서 어떻게 정치하는지를 계속 지켜보고 배웠다. 국회는 학연·지연·혈연이 매우 끈끈한 곳이다. 그럼에도 실력이 있으면 불안할 필요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대선 정국에서도 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로 꼽혔다.
"지난 2021년 윤석열 대선 캠프에 영입제안을 받아서 국회 실업급여도 포기하고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 팀에 합류했다. 이때 초기 인사를 구상하는데 2달 동안 감금돼있기도 했다. 국회에선 정책 시스템 제도가 어떻게 정무적으로 운영되는지 배웠다면, 대통령실 인사팀에선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직접 정무를 활발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졌다."
'대통령실 출신'으로 보수 험지에 출마한 것도 화제다.
"저한테 중랑구는 험지라기 보단 고향이자 탈환 목표지다. 10년 전만 해도 영호남 출신 지역세가 강했다면, 이번엔 서울에서 연고주의가 나오는 첫 선거라 생각한다. 특히 중랑구는 7080년대 외지에서 정착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 정착민 2세대가 제 연령대인 만큼, 저는 정착민과 토착민들의 정서를 모두 가지고 있다. 기존 9번의 선거에서 중랑구 출신 정치인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반면 '중랑의 아들'인 저는 주민 누구를 만나도 최소 두 개 이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지역을 사랑하고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이다."
주민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싶은 것은.
"중랑구는 배산임수에 지리적 위치도 좋은데 개발이 전혀 안 된 곳들이 있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심복인 박홍근 의원 등이 뉴타운 사업 대신 도시재생사업을 해서다. 그때 중랑천 앞의 딱 한 곳만이 뉴타운 사업을 주민들끼리 셀프 추진했는데, 이곳만 현재 브랜드 아파트를 올리고 있다. 그 근처엔 여전히 50년 된 연립주택과 빌라가 즐비하다. 이곳을 최근 윤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모시고 와서 보여줬다. 저는 이곳을 모아타운 재개발·재건축의 1호 모델로 만들 것이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주민들은 박홍근 의원이 무엇을 했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영하 15도 날씨에 민주당 구의원들이 주민들을 데리고 와서 애먼 곳에서 모아타운 반대 시위를 했다. 그때 나온 주민들이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 주민들이 이익을 위해 정치인들을 경쟁시키고 이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이용하는 것은 그냥 악한 사람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기에 의정보고서에서도 홍보에 유리한 통계만 넣으며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저서 《이기적 정치》를 통해 '586 운동권'을 정면 저격했다.
"한국정치가 정체된 이유는 운동권 출신들이 막고 있어서다. 30년의 한 세대가 지나면 다음 세대에 길을 내줘야 하는데, 지금 운동권 출신들은 권력을 영속하기 위해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노동·연금 3대개혁이 안 되는 이유도 운동권 정치인들이 놔주지 않아서다. 이 사람들이 자연 도태되지 않는다면 물러나게 종용해야 한다. 국민들을 호도해선 안 된다."
당내에서도 '세대교체' 촉구론이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정치가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김병민 전 최고위원이나 김재섭 전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밖에 없다. 이들이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고향이기 때문이다. 동부벨트도 당이 기획한 것이 아니지만 자연 발생적으로 나왔다. 이건 단순 세대교체를 넘어 당의 엄청난 기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지 한 달이 넘었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처음에는 한동훈 위원장 카드를 쓰는 게 이르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특히 총선 불출마까지 발표한 것을 보고 결의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비대위원장을 넘어 더 큰 것을 본다고 느꼈다.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발생했다. 이것도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 야권에서 공격해왔던 '아바타론'을 없앤 만큼, 분란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잘 끝났다고 본다."
윤-한 갈등 국면 이후 당정관계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위원장은 당대표로서 각자 할 일을 하면 된다. 대통령은 지금처럼 파격적 국민 민생 관련 구상을 정부와 밀고 나가고, 한 위원장은 민심의 결과 맞는 사람들에게 공천을 줘 선거에서 이기게 해주면 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논란의 경위에 대한 입장 설명은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은 김 여사가 단순히 명품을 받았다고만 생각하지 경위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근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최재영 목사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간첩들이 쓸 만한 방법을 쓰고 있다. 민주당도 관련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이 사람을 옹호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최 목사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도 공천 잡음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총선에서 본인들이 이기든 지든 이재명 대표를 사마귀처럼 잡아먹을 것 같다. 총선에서 지면 이 대표 때문에 졌다고 하고, 이겨도 대음 대선에선 이 대표로는 부족하다며 갈아치우는 등 살육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핵심 친명(친이재명)인 박홍근 의원 등도 의정보고서에 이 대표의 사진을 넣지 않는 등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승환의 정치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저는 '대리운전' 기사다. 대리기사는 고객의 차를 목적지까지 운전해 가야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권력이라는 핸들을 맡긴 것은 '운전 권한'만 맡긴 것이지 차를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예 차를 찬탈하려 하는 사람들이 바로 86 운동권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떠나는 것이 정치를 발전시키는 모토가 될 것이다.
이들이 정치권 주류로 있으면서 하나회보다 더 해먹었다. 이제는 새로운 정치적 주류들이 나타날 때라고 생각한다. 동부벨트를 비롯해 새롭게 도전하는 인사들이나 영입인재들은 정치권의 누구에게 빚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를 논의할 수 있다. 국가적 소명감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적 주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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