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국…'매니악'

김용래 2024. 2.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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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史) 속 천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독특한 논픽션 소설을 쓰는 칠레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이번엔 양자역학과 컴퓨터의 탄생,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작가는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1880~1933), 헝가리 출신 미국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존 폰 노이만(1903~1957),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를 주인공으로 인간과 기계가 충돌하고 대결하는 격전의 현장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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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 신작
과학史 속 AI의 시작과 발전 논픽션으로 풀어내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제4국서 승리 후 기자회견하는 이세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과학사(史) 속 천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독특한 논픽션 소설을 쓰는 칠레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이번엔 양자역학과 컴퓨터의 탄생,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신작 '매니악'(MANIAC)에서다.

작가는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1880~1933), 헝가리 출신 미국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존 폰 노이만(1903~1957),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를 주인공으로 인간과 기계가 충돌하고 대결하는 격전의 현장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앞서 그는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등 과학계 지각변동을 학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전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로 2021년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라바투트는 '매니악'에서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등 이론물리학을 연구한 파울 에렌페스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폰 노이만에 의해 매니악 컴퓨터가 발명되고 그것이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의 AI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려한 문체로 보여준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의 이야기에 약간의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한 '논픽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잘 만들어진 과학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에렌페스트에서부터 100년 후 한국의 바둑 고수 이세돌과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였던 존 폰 노이만이 있다.

폰 노이만은 게임이론과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 컴퓨터였던 매니악을 발명하고 인공지능을 예견했던 당대의 천재였다.

이번 책 제목은 '미치광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자 폰 노이만이 만든 컴퓨터의 이름에서 따왔다. 역사, 특히 과학사에서의 돌파구는 소수의 미친 천재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이다.

작가는 폰 노이만이 남긴 특별한 유산이 20세기의 꿈과 악몽, 그리고 AI 초기 시대에 미친 영향을 추적해나가면서 마지막 3부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을 상세하게 복기했다.

실제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인물과 과학사의 사건을 소재로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을 써온 라바투트의 장점은 실존 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간 부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가령,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의 컴퓨터과학자 데미스 허사비스가 청소년 시절 체스 챔피언에서 과학 쪽으로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한 시점의 묘사는 이렇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급진적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다른 종류의 정신, 우리보다 더 멀리, 우리 눈에 드리워진 그림자 너머까지 내다볼 수 있는 그런 존재. 더는 유치한 제로섬게임을 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중략) 이제 세계 체스 챔피언은 그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그 이상, 훨씬 더 많은 것을 바랐다. 새로운 정신, 우리가 이제껏 알았던 것보다 더 똑똑하고, 신속하고, 낯선 정신이 필요했다."

이 책의 정점은 2016년 3월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대국이다.

당시 AI 알파고가 이세돌이라는 인간 천재를 압도하면서 인공지능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기적의 승리를 일궈낸 네 번째 대국을 묘사한 장면은 그런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박진감을 준다.

"그것은 실로 신들린 움직임, 신의 손길이 닿은 한 수였다. 인간은 만 명 중에 단 한 명만이 떠올릴 수 있었던 수. 이세돌의 끼움 수에 알파고가 허둥댄 것은 그래서였다. 인간의 경험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알파고의 무한해 보이는 능력조차 초월한 수였으므로."

문학동네. 송예슬 옮김. 412쪽.

벵하민 라바투트 [칠레 푸엔테스에이전시. 재판매 및 DB 금지]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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