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전 승부차기 골대, 손흥민이 바꿨다[스경X도하]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승부차기 한국의 첫번째 키커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뒤 조현우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승부차기 당시 골대가 클린스만호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문제 제기로 대표팀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3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승부차기를 어느 쪽 골대에서 할지 정해야 하는데 주심이 사우디 응원단 쪽 골대를 지정하려고 했다. 다이내믹한 앵글을 잡을 수 있는 지미집 카메라가 그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주장 손흥민이 주심에게 다가가 AFC 상위 단체인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대로 동전 던지기를 해 골대를 정하자고 말했다. 주심은 이를 받아들였고, 동전은 한국이 원한 앞면이 나왔다. 손흥민은 우리 벤치와 가깝고 한국을 응원하러 온 팬들이 있는 쪽 골대를 골랐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승부차기 골대와 선축 여부는 동전 던지기로 진행한다. 다만 골대는 잔디 상태, 날씨 등 조건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심판이 판단하면 재량에 따라 지정할 수 있다. AFC 주관 대회인 아시안컵은 양 팀이 협의해서 미리 정한 데서 승부차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선축은 동전 던지기에 따라 사우디가 가져갔다. 보통 선축이 유리하긴 하지만, 이날 사우디 팬들만 3만명 넘게 찾아와 원정 경기 분위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인 걸 고려하면 골대 선택이 더 중요했다.

사우디는 3·4번 키커의 킥이 한국 조현우(울산)에게 막혔고, 한국은 1~4번 키커 모두 깔끔하게 성공해 4-2 승리를 거뒀다.

사우디 서포터석 자리에서 찼더라도 한국이 승리했을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문제 제기가 없었더라면 사우디 팬들이 어떤 식으로 심리전을 펼쳐 대표팀을 곤경에 빠뜨렸을지 모른다.

1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센터에서 만난 대표팀 관계자는 “손흥민이 언어도 되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이다 보니 어필한 것도 있다”면서 “국제대회 경험도 많다 보니 규정을 잘 알고, 문제 제기를 해야할 때 잘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오는 3일 호주와의 8강전을 앞두고 진행된 이날 훈련에서도 손흥민은 환한 미소와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호주전 출전으로 한국팀 역대 최다 아시안컵 경기 출전 기록(17경기)을 쓸 손흥민이 또 어떤 리더십으로 새 역사를 쓸지 기대된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