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일!] 방만경영과 무능력이 만났을 때… 세계6위 해운사의 침몰

정수현 기자 2024. 2. 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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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2일.

국내 최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침몰했다.

한진해운은 선복량 기준 국내 1위이자 세계 6위 자리에 오른 대형 해운사였다.

2019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해 해운업은 새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HMM을 비롯한 국내 선사들의 선복량은 한진해운 부재 여파를 메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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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한진해운 파산
지난 2017년 2월 2일 국내 최고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이날 파산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4월 26일 8000TEU급 한진해운 보스턴호가 선상에 짐을 가득 실은 채 항해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2017년 2월2일. 국내 최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침몰했다. 이날 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 절차를 중단하면서 끝내 파산한 것이다.

한진해운은 선복량 기준 국내 1위이자 세계 6위 자리에 오른 대형 해운사였다. 이 같은 글로벌 해운사가 파산에 이른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진해운은 1987년 대한선주가 한진그룹에 매각된 후 같은 그룹 해운 계열사인 (구)한진해운을 인수합병해 설립한 회사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운사로 성장한 한진해운은 1992년 일본 오사카 전용터미널을 개장, 1995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멤브레인형 LNG선을 취항했고 거양해운과 독일 DSR-세나토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경영으로 명성을 날렸다.


파산의 시작… 위험관리 실패의 패착


한진해운의 위기는 2006년 고(故) 조수호 회장이 사망하고 2008년 그의 아내인 최은영 회장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최 회장은 경영권 위기가 닦치자 거양해운과 합병하고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운업 시황을 잘못 판단해 업황 호전을 과신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

2010년 해운업의 호황이 시작되자 업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최 회장은 대규모 선박을 잇달아 높은 용선료로 매입해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국제 수출입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불황이 찾아오자 장기계약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결국 2016년 8월 각국 항구 정박료와 6500억원 연체 거래 등을 떠안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기업 부실의 책임을 진 최 회장과 오너 일가는 '꼬리 자르기'식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1조1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2013∼2014년 두 해 동안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97억원을 챙겼다.



정부 실책이 불러온 피해… 7년 지난 지금도 진행중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16년 6월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한진해운 몰락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도 한몫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의 필요성에도 금융채 발행에 그치는 등 방만한 대응으로 위기를 부추겼다. 최 회장의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간 순간에도 정부는 한진해운이 아닌, 같은 선상에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 현대상선을 살리는 오판을 내렸다. 규모가 더 크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진해운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한진해운 파산이 불러온 경제적 여파는 컸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파산 당시 항로의 운임이 급격히 상승하고 국내 기업 물류대란이 찾아왔다. 한진해운 점유 물동량의 대부분이 머스크 등 해외 선사로 넘어가 한국 해운업에 대한 국제 신임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화주들은 한국 해운사를 상대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진해운 회생을 포기한 정부 결정은 주변 상권을 비롯해 수천명의 실직자와 글로벌 운송 네트워크의 붕괴를 낳았다.

2019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해 해운업은 새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HMM을 비롯한 국내 선사들의 선복량은 한진해운 부재 여파를 메꾸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몰락은 해운업 부흥의 기회를 가로막았다. "파산보다는 경영권 회수가 나은 선택이었다"는 전문가의 분석과 잘못된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는 교훈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다.

정수현 기자 jy34jy3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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