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대교사 유죄에…주호민 “현장 누 안되길”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선고 공판을 아내와 함께 방청한 뒤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씨는 "자기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며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에 어떤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길 바라냐"는 질문에 "특수교사 선생님의 사정을 보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가중된 스트레스가 있었고 특수반도 과밀학급이어서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또 학교나 교육청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씨는 현재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인 자녀는 자폐를 앓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씨는 그동안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오늘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방송을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A씨의 일부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정서 학대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교사로서 피해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당세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주씨 측은 2022년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주씨 측이 특수교사를 무리하게 고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불거졌다. 부모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냈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주씨는 지난해 8월 7일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낸 뒤 약 6개월간 침묵을 지켜왔는데, 이날 오후 9시 개인 방송을 통해 교사 A씨에 대한 선처를 고려하던 중 이를 취소한 배경과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설명할 계획이다.
A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김기윤 변호사는 "(피해 아동 측이)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데 경기도교육청 고문 변호사로서 재판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A 교사는 이번 선고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준 국민과 경기도 교육감, 학부모,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표했다"며 "교육청에서는 수업 시간에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증거 능력이 없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만큼 앞으로 차분하게 항소심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또 다른 변호인 전현민 변호사는 이날 "피고인 측은 그간 교사의 해당 발언이 정서적 학대로 보기엔 어렵다고 주장해왔다"며 "피해 아동이 장애 아동이고, 그 당시 (피해 아동이 연루된) 학폭 사건이 있었다 보니 아동을 강하게 훈육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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