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하루 매출 290만원"… 주말에만 생일카페 여는 사장님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0월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와 2.2만회의 재게시를 기록한 글이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첫 장에는 코미디언 박명수가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다른 한 장에는 100만원이 결제된 영수증이 담겼다. 도대체 '생카'가 무엇이길래 박명수가 방문해 100만원이나 결제한 걸까.
'생일카페'(생카)는 카페를 대관해 진행하는 생일 이벤트를 뜻하는 단어로 아이돌 팬덤에서 시작된 팬 문화다. 주로 대관한 카페를 생일 주인공의 사진이나 관련된 소품 등으로 꾸미고 이곳에 방문한 팬들이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면 이벤트 주인공 관련 특전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주인공 없는 생일파티'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생일 주인공이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늘었다. 박명수도 자신의 생일카페에 방문해 현장에 있던 팬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추후 방문할 팬들을 위해 음료 100만원어치를 미리 결제하고 갔다는 소식이 전해져 훈훈함을 더했다.


이곳을 방문한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평생 언제 또 과학자 생일카페에 가보겠나 싶어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다녀왔다"며 "주최측의 물리 사랑, 뉴턴 사랑에 놀랐고 앞으로도 다른 과학자의 생카가 잔뜩 열렸으면 좋겠다"고 후기를 올렸다.
이 생일카페는 많은 이가 한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글 폼으로 선착순 예약을 받았는데 예약 시작 시간에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수많은 이가 몰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씨(20대)는 "생일 카페를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을 제외하면 그다지 활발한 상권이 아니다"며 "이벤트가 있는 날만 영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카페는 '투잡'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장소를 빌려주는 형태니 대관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카페 측에서 이벤트에 사용되는 특전을 지원한다. 카페 측이 이벤트 주최자에게 일방적으로 장소를 빌려준다기보단 서로 '윈윈'(win-win)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카페 프레이밍의 경우 이벤트 예약자에게 커스텀 종이컵 500개와 카페 외부 현수막 제작 비용을 지원한다. 정씨는 "생일카페 이벤트가 널리 퍼지며 우리 카페 같은 '이벤트 전문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전 제작 비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시회를 진행하려는 분도 많아 카페에서 '미니 전시회'를 열도록 공간을 마련했다"며 "최대한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밀 수 있게 심플하게 인테리어한 것이 우리 카페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을 거쳐간 스타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윤 ▲배구선수 이다현(현대건설)·황민경(IBK기업은행) ▲가수 정승환 ▲래퍼 조광일·쿠기 ▲그룹 AB6IX 멤버 김동현 ▲그룹 시크릿넘버 멤버 민지·영주 ▲그룹 엘라스트 멤버 최인 ▲그룹 이븐 멤버 박한빈 ▲그룹 트렌드지 멤버 리온 등 다양하다. 지난해 2월 드라마 '스토브리그' 3주년 카페가 열렸을 때는 스토브리그 작가와 배우 조한선, 하도권, 이용우가 방문해 즉석 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정씨는 "지난 2022년 그룹 AB6IX 멤버 전웅 이벤트를 진행할 때 소속사 측에서 팬들에게 나눠주라며 귤 2박스를 두고 갔다"며 "이벤트 당사자가 방문해 팬들 몫의 음료를 결제하고 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먹을거리를 두고 가는 것은 처음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

A씨(여·20대)는 지난해 8월 그룹 더보이즈 멤버 영훈의 생일카페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A씨는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거나 지하철·버스정류장에 광고를 걸어본 적도 있다"며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생일을 기념하고 싶어 생일카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카페에는 영훈의 사진이 담긴 액자뿐 아니라 영훈이 졸업한 고등학교 교복, 그가 실제로 사용하는 룸스프레이 등이 함께 전시됐다. 특히 그가 팬들과 소통하며 자주 언급했던 '비밀장소'(영훈이 학창시절을 보낸 인천 송도의 한 산책로)의 풍경으로 제작한 패브릭 포스터 등이 비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 방문한 누리꾼들은 SNS에 "서울 한복판에 송도 연송고 김영훈이 등장한 기분이다" "진짜 비밀장소에 온 것 같은 느낌" "데뷔 초 영훈이부터 지금의 영훈이까지 꾸며진 소품 하나하나에 영훈이의 코멘트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등 호평을 남겼다.

A씨는 "그래도 가장 기본적으로 발주해야 하는 종이컵과 카페 입구에 비치되는 현수막 등 제작 비용은 카페에서 지원해줘 부담이 한결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생일카페 문화가 생소하던 예전에는 카페 측에서 대관을 거절하거나 대관료를 높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다"며 "최근에는 이벤트 전문 카페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이벤트 주최자들이 카페를 고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윤지영 기자 y2ung23@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행미디어 시대 & sida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 7% 적금' 알고보니 이자 19만원… 새해부터 고금리 미끼상품 눈총 - 머니S
- 이준석 "이낙연에 실망… 윤핵관과 다를 바 없어" - 머니S
- 서울 사는 65세 이상 어르신… 시세 30~85% 내고 살 수 있다 - 머니S
- [르포] "조합장 나와" 리모델링 조합 내분 격화 - 머니S
- LG화학,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초비상'… LG엔솔 지분 매각하나 - 머니S
-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하도급업체 '비상'… 대금 지급보증액 늘어날 듯 - 머니S
- 문경 공장 화재 비극… 고립된 소방대원 2명 순직 - 머니S
- [단독]"빨리 발급받자" KB국민카드, MZ 열광한 '펭수카드' 정리한다 - 머니S
- 체코 신규 원전 입찰, 한수원 vs 프랑스EDF - 머니S
- 권한은 갖고 책임엔 뒷짐… 커지는 영풍 오너 장형진 책임론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