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연금개혁 못해 정부부채 충당 땐 국가부채비율 2070년 250%”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채명준 2024. 2.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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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제도 개혁에 실패하고 부족한 재원을 정부부채로 충당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70년쯤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아울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2분기부터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도움을 받아 채무를 조정할 때 기존 금융채무 이외에 통신채무 조정도 가능해진다. 
사진=연합뉴스
◆KDI “연금개혁 못해 정부부채 충당 땐 국가부채비율 2070년 250%”

1일 한국국제경제학회에 따르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2일 이 학회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리는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아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조 원장은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보다 극적으로 나타날 장기 시계에서 바라볼 때, 개인적으로 가계나 기업의 민간부채보다 정부부채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가 민간부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은 반면 정부부채는 인구구조 변화에 결정적으로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다한 정부부채는 정부의 파산 리스크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국가의 주권 문제로 비화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민간부채 문제보다 잠재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아 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는 의견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50년에 100%를 상회하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만일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고 그 부족분을 정부부채로 충당하기 시작한다면, 2070년쯤에는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아직 개혁할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부채 문제를 과대 포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개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개혁을 지체하는 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개혁의 시급성만큼은 강조하고 싶다”며 “한 예로,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P연합뉴스
◆파월 ‘3월 금리 인하설’ 일축…미 증시 급락

미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4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미국과 한국(연 3.50%)의 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보다 강한 확신이 들 때까지는 목표 범위 하향 조정이 적절하다고 예상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2%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번 회의 결과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정도의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3월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당분간 현행 3.50%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크므로 섣부른 금리 인하 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융 안정 데이터를 확인하며 긴축 기조는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기대 축소 발언에 미 뉴욕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2.2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61%, 다우존스지수가 0.82% 각각 하락 마감했다. 반면 국내 증시에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코스피는 오히려 이날 1.82% 상승한 2542.46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는 연초 이후 미국 증시를 따라가지 않았던 중국과 한국이 자체 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실제 금융 당국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 가치를 개선하는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PBR이 낮은(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은행, 증권, 보험, 자동차, 통신, 철강, 지주사 등 종목의 PBR이 낮다.

이날 KB금융(8.30%), 신한지주(4.04%), 하나금융지주(8.79%), 우리금융지주(3.82%) 등 은행주가 상승했고, 흥국화재(29.87%), 한화손해보험(17.43%), 삼성화재(9.66%), 동양생명(9.13%) 등 보험주와 키움증권(11.27%), 메리츠금융지주(2.19%) 등 증권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LG(7.44%), SK(7.36%), 한화(10.09%), CJ(7.45%) 등 지주사 종목도 주가가 올랐다. 현대차는 이날 6.89% 상승한 20만8000원을 기록하며 전날 기아에 내줬던 코스피 시가총액 6위 자리를 다시 가져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저평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세 가지 축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달 중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앞 홍보 문구. 연합뉴스
◆통신비 연체도 금융채무와 통합조정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복위와 함께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통신 통합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복위는 3개월 이상 연체된 휴대전화기기비(서울보증보험 보증채무) 외에 통신채무를 직접 조정할 수 없었다. 또 통신채무를 갚기 어려운 이용자가 통신사에 신청할 경우 5개월 분납만 가능했다.

금융위는 “통신채무가 연체되는 경우 전화, 문자 등 통신 서비스 이용이 제한돼 구직 활동 등 경제 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통신채무를 금융채무보다 먼저 상환한다”며 통신채무가 연체된 상황이라면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복위 채무조정을 받는 사람들이 통신채무 상환 부담으로 금융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거나 통신채무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에 금융위와 과기정통부는 금융채무와 함께 통신채무도 한꺼번에 조정하는 통합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분기부터 통합채무조정이 시행되면 신복위에서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고려해 채무자가 성실히 상환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금융채무와 통신채무가 한 번에 조정된다.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을 위해 통신업계가 신복위의 채무조정 협약에 가입해야 해서 통신업계와 신복위가 현재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소액결제사인 다날, KG모빌리언스 등은 1분기 협약 가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향후 관련 규정 개정과 시스템 정비 등 준비 절차를 거쳐 2분기 중 시행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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