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소송 거둬줘" 연락이 스토킹으로…상간남 무죄

용서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
피고인이 위협적 발언했다고 주장
그 이후에도 피고인과 통화한 기록
法 "불안감 유발 증거 충분치 않아"

[서울=뉴시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지난달 1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모(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 = 뉴시스 DB) 2024.0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유부녀와 바람을 피웠다가 그 남편이 위자료를 청구하자 용서를 구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해 스토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공무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지난달 1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자신에게 상간남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B(51)씨의 의사에 반해 지난해 2월7일부터 9일경까지 여러 차례 연락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B씨가 자신의 근무처인 한 구청에 연락을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후인 지난해 3월29일경에도 9차례 전화를 건 혐의도 제기됐다.

판결문을 보면, B씨는 2022년 10월22일경 자신의 아내와 A씨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이후 같은 해 12월1일경 이들 남녀가 함께 차를 탄 모습을 목격했다.

B씨는 나흘 후 A씨를 만나 아내와 만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A씨가 관계를 부인하며 "나 미치고 환장하겠네" "사람 꼭지를 돌게 만들면 안 돼요" 등 거칠고 위협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경찰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로 A씨를 고발했지만 각하 처분을 받았고, 근무하던 구청에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흥신소를 통해 지난해 1월초 아내와 A씨가 호텔에 투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상간남 위자료 청구 소송을 건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용서를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B씨를 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 측은 A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해서 스토킹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A씨의 연락이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피해자인 B씨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하다는 점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가 A씨의 적반하장식 태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에도 1시간 넘게 통화한 기록이 있고, 번호를 차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자 분노와 억울한 감정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이 생겼다고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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