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광기 느껴지는 'LTNS', '또드'라는 반응 좋아" [N인터뷰]①

안재홍/사진제공=티빙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1일 전 회차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극본·연출 임대형 전고운)는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 분)과 사무엘(안재홍 분)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이다. 남편의 택시가 침수되면서 현실적인 위기에 처한 부부는 우연히 사무엘 친구 정수(이학주 분)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3000만원을 손에 쥐게 되자 이를 아이템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 호텔 직원인 우진이 확보한 불륜 고객 리스트에 택시 기사인 사무엘의 기동력이 더해진 이 부부 불륜 추적단의 콤비 플레이는 쫄깃한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하며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극 중 안재홍은 따뜻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차갑게 식어버린 결혼 5년 차 남편 임박사무엘을 연기한다. 불같은 성향을 가진 아내 우진과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무엘은 대기업 취직 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 택시 운전사로 생업을 이어가지만 택시가 침수되며 위기를 맞는다. 이후 아내의 주도하에 불륜 추적단이 된 그는 혹여 경찰에게 들키진 않을까 불안에 휩싸이다가도 큰 액수의 돈과 가장으로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설레는 듯 자신도 모르게 일에 빠져들어 가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큰 임팩트를 남긴 '마스크걸' 주오남과는 또 다른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 한계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고 있다.

안재홍은 사무엘을 연기하면서 디테일을 더해 캐릭터를 빚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덕분에 작업 역시 즐거웠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 공개 후 많은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특히 '또드'(또라이 드라마)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극 전반에 흥미로운 복선이나 메타포가 숨어 있다며, 이미 본 이들에겐 재주행을, 보지 않은 이들에겐 정주행을 자신 있게 추천했다.

최근 안재홍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재홍/사진제공=티빙

-'LTNS'가 오픈한 뒤 많은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제일 감사한 반응이다. 'LTNS'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디테일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어 시청자들이 우리 얘기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듯하다. 공감을 해주신다는 거니 영광스럽다. 이 부부가 어떠한 계기로 범죄 행각을 벌이게 되는데,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로 시작해서 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 블랙코미디의 정수이고,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또드'라고 하셔서 좋았는데, 그만큼 우리의 길을 가는 드라마다.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와는 무언가 다른, 광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LTNS'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혹은 에피소드가 있나.

▶3회에 나오는 백호와 영애의 이야기다. 부부가 불륜으로 협박하자 영애가 편지를 보내고, 이후 그 내용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그때 영애의 목소리와 함께 나오는 몽타주들을 보니 너무 슬프더라. 백호도 장인어른에게 꾸중을 듣는 장면을 통해 사연을 보여주는데, 그런 부분에서 모든 캐릭터가 입체성을 가지는 듯하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수가 호텔 로비에서 눈물을 쏟는 신이다. '보통 작품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 같아 좋았다. 정수가 야구장으로 불륜 상대를 찾아가 만날 때 둘 다 'T'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게 서로 다른 팀이라는 것도 흥미롭더라.

안재홍/사진제공=티빙

-극 중 불륜을 저지르는 이들에겐 각자의 사연이 있지 않나. 이 작품을 하면서 불륜을 '이해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나.

▶나 개인으로는 불륜을 지지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사무엘은 여러 불륜 커플을 미행하고 협박하면서 '나도 그들보다 나을 게 없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았을까.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부부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일상적인 한 장면에서부터 장르적인 어떤 순간으로 확장된다고 느꼈다. 섹스리스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범죄 행각을 벌리면서 장르물로 간다. 특히 5~6회에서는 사무엘과 우진이 각각 외도를 하는데 정서적 외도와 육체적 외도에 대한 격렬한 드라마가 생기면서 '마라맛'으로 끝을 향해 달려가지 않나. 그래서 연기할 때 더 리얼하게 했고, 서로 물고 뜯고 끝까지 간다. 시청자가 극에 몰입해서 같이 달려가야 이야기가 가진 힘이 증폭되겠다 싶었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우위는 아니다. 정서적, 육체적 사랑이 하나여야지 완벽한 사랑인데, 이걸 떨어뜨려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화두를 그 에피소들 통해 던진다고 본다.

안재홍/사진제공=티빙

-국밥집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국밥집 신은 우진이 나에게 주는 편지 같은 대사가 나오지 않나. 대사가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이라, 말을 들으면서 울컥해 절로 눈물이 쏟아지더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도 울림이 커서 더 보면 즉각적인 감정을 막을 수 있겠다 싶어 연기하기 전에 그 대사를 더 안 보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무엘이 냅킨을 우진에게 건네고 자신도 눈물을 닦는데 그런 디테일함이 슬프고 웃겨서 새로웠다. 그 신은 참 몇 번을 봐도 좋더라. 집 안에서 비가 쏟아질 때 싸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사무엘이 눈물을 흘리면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신을 찍으면서 그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지 알게 됐다. 연기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할 극한의 감정, 외로움을 잘 담고 싶었다. 사무엘의 입체성이 갖는 끝 지점에 있던 연기가 아닐까 한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 번개가 치는 장면도 CG가 아닌 실제 장면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데 사무엘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장면이었다.

-결말이 두 사람 사이가 회복될 것을 암시하는 걸로 보이는데.

▶암시라기보다는 '다시 만나게 될까요?', '사랑하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 열린 결말인 것 같다. 사랑에도 여러 감정이 있지만, 재회만큼 뜨겁고 뭉클한 감정도 없지 않나. 나는 결말 이후에도 두 사람이 다시 잘 만났으면 좋겠다 싶었다. 사무엘만큼 우진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사무엘이 크리스마스에 딸기를 가지고 우진의 집에 찾아가는 건, 우진이가 그날 혼자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걸 이미 안다는 거다. 옆에 있어주고 싶어서 우진이를 찾아갔다고 생각해서 다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