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보면 좋겠는데, 새 친구 생기면 어쩌지[그림책]
내가 안 그랬어!
라이언 T 히긴스 지음 | 노은정 옮김
토토북 | 48쪽 | 1만5000원
노먼은 몸에 가시털이 난 호저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무 밀드레드다. 노먼은 밀드레드가 아주 좋아서 하루 종일 그 옆에서 산다. 함께 체스를 두고 공놀이도 한다. 밤이 되면 등잔불을 달고 밀드레드의 가지에 올라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는다. 한마디로 둘은 단짝 친구다.
문제가 생긴다. 어느 날 밀드레드 옆에 작은 나무가 하나 자라나기 시작한다. 쑥쑥 자라며 조금씩 더 밀드레드와 가까워지는 새 나무를 보며 노먼은 걱정되기 시작한다. “새 나무가 밀드레드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하면 어떡하지?” “밀드레드가 새 나무를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지?” 우려는 곧 현실이 될 기세다.
노먼은 방법을 떠올린다. 새 나무를 파서 저 멀리 심어 놓기로 한다. 그럼 노먼과 밀드레드는 다시 옛날처럼 단짝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두운 밤, 노먼은 새 나무를 멀리 보내버린다. 노먼과 밀드레드는 옛날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아이가 부모를 벗어나 또래 집단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며 자연스레 하는 고민을 담은 책이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어린 시절엔 ‘친구를 뺏기는’ 경험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좌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화내고 결국 화해하거나 혹은 영영 멀어지기도 하는 그런 과정에서 아이는 성장한다.
상대에게 집착해서도 안 되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차갑게 할 필요도 없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것은 우리들이 터득해야 할 중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책은 이에 대한 얘기를 하는 듯하다. 마지막엔 나름 반전도 있다.
호저 노먼의 다양한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밀드레드와 함께일 때는 신이 나서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다.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친구와 세상을 탐구하다 새 나무를 발견하자 눈썹을 치켜 올리고 화낸다. 입을 앙 다물고 심통을 내기도 한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의 얼굴 같다. 그림체는 단순하면서도 귀엽다. 선명하고 산뜻한 색이 주로 쓰였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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