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하게 해줄 누군가가 있는 것”[금요일의 문장]

임지선 기자 2024. 2. 2.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보낸 그 길고 나른한 날들에서. 어쩌면 딴생각을 하게 해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거실에 타인의 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는지 모른다.” <사라진 것들> 중 ‘히메나’에서

앤드루 포터의 새 단편집 <사라진 것들>(문학동네) 가운데 ‘히메나’는 이제 곧 마흔에 접어드는 중년 부부의 단조로움을 말한다. 이들의 아파트에는 20대 여성 히메나가 산다. 예술을 한다는 히메나는 술을 많이 마시고 밤외출이 잦다.

중년 부부는 그를 보며 혀를 끌끌 차지만 어느 순간 남편 ‘나’와 아내 ‘칼리’는 히메나와 각각 시간을 공유한다. 남편은 아내가 히메나와 친구가 됐다는 사실을, 아내는 남편이 히메나와 친구가 됐다는 사실을 모른다. 물려받은 유산으로 할 일 없이 사는 남편, 직장에서 스물네 살짜리 인턴이 점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해오자 불안한 아내. 함께 살지만 둘은 그동안 사실 따로였다. 히메나는 부부의 단조로운 삶을 불현듯 깨뜨리며 불현듯 사라진다.

공기가 차서 입김이 눈에 보이는 밤, 둘은 왜 그렇게 히메나에게 끌렸는지 알아챈다. 너무도 오랜 관계에선 종종 잊게 된다. “같은 공간에 누군가가. 타인의 몸이. 얘기를 나눌 다른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