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그만 하라는 거냐"…영세건설사들,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에 반발
전문건설업계 "경영 능력이 상실될 정도의 위기감"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공사비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2년 유예가 결국 무산된 가운데, 영세 전문건설업계가 "사업을 그만 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안은 이날 열리는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결국 무산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던 '산업안전보건청'도 2년 뒤에 개청하자는 새로운 협상안을 꺼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산업안전보건청의 명칭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으로 하고, 기관의 역할도 예방이나 지원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고용부에 설치하는 것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열리는 본회의에서 극적으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민주당은 당정의 협상을 거부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세 전문건설업계는 "사업을 그만 하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세현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 회장(동극건업주식회사 대표)은 "소식을 듣고 우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중소업체들은 사업을 다 그만하라는 것인지 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또 김학노 서울·경기·인천 철콘연합회 대표는 "규모가 작은 공사를 수주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경영 능력이 상실될 정도의 위기감이 생겼다"며 "50억원 미만의 공사를 수주하는 곳들은 거의 영세하다고 봐야 하는데 몇억짜리 공사만 수주해도 법 상한선인 5인 이상의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연봉 4000만원이면 쓰던 안전관리직들이 지금은 7000~8000만원을 줘도 못 구한다. 전문건설업체들이 데리고 있던 경험 있는 사람들은 다 원청이 가져가 버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키려면 한참 걸린다"며 "벌써 2건의 사고가 났는데 이런 사망재해는 50억원 미만 영세업체에서 절반 이상이 나오다 보니 앞으로 이런 일이 다가올까 걱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관리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업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관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당초 중대재해법은 지난 2022년 1월27일 시행되면서 직원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올해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계는 현장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의 추가 유예를 요구해왔으나 여야 간 이견이 계속됐고, 결국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은 중소기업계에 전면 적용됐다.
다만 중대재해법 확대시행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이들의 표심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에서 2월 국회에서 추가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 전날 국회 본관 앞에는 중대재해법의 유예를 촉구하는 중소기업인 3500여명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참여한 장세현 회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법은 명확하지 않은 의무규정과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과도한 처벌규정으로 이뤄져 있다"며 "중소 전문건설업체 입장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전문인력 고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수도권 외 업체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범식 하송종합건설 대표는 "중소건설업계는 최근 고금리 지속과 자재 및 인건비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등에 따라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는 1년이 넘는 수사와 처벌을 받게 되고 기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워 결국 폐업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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